함께 나누는 삶

하얀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진다면 환하게 웃음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가 마음마저 무겁게 한다. 겨울엔 눈이 내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기다리는 하얀 눈은 올 생각이 전혀 없고 어찌하여 비만 내려 주시는지!!!
아무리 힘들다 해도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지만, 전화비, 가스비, 전기료 등을 내고 나면, 돈 한 푼 남지 않아요. 미안하지만, 한 달에 약 몇백 달러라도 보조해 주실 수 없는지요?”라고 말하는 노인, 벌써 몇 번째 전화해서 그런 말을 하는 어르신에게 딱히 해 드릴 말이 없었다. “저희가 도와드리고 싶지만, 매달 얼마씩 보조해 드릴 수 있는 돈이 없어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긴 한숨을 내쉬며 “이젠 늙어서 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굶고 살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까요?”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느 목사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시라고 하세요.”라며 한마디 거든다. “기도하면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나?”라고 하자 “또 알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라며 껄껄 웃는다.

 

 

기도해서 다 들어주신다면, 일은 해서 뭐하고 공부는 해서 뭐하나, 그저 앉아서 기도하면 될 것을.
독거노인, 그야말로 가족도 없고 친, 인척도 없는 노인은 말을 잃어가고 있었다. 날은 추워지는데 별안간 찾아든 암으로 홀로 병원을 찾아야 하고, 홀로 죽을 끓여 먹으며 위로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어두운 방에서 쓸쓸한 밤을 지새우는 노인, 노인에게 찾아든 병마는 노인의 마음에 커다란 고독과 아픔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방세 내고 전화비 내고 나면, 한 달을 산다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후드 스탬프도 겨우 $16, 그야말로 고기 한번 사 먹기도 힘들다는 독거노인에게 우리가 해 주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말이 좋아 “정부에서 다 주는 데 뭐가 걱정이야?”라고 말하지만, 넉넉하게 살 수는 없어도 삶이 너무 힘들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매달 줄 수는 없지만, 홀로 사는 노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그리고 적은 액수지만, 노인에게 위로금을 전달해 주기로 하였다. 가족이라도 있다면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아무도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이 안쓰럽기만 하다.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라고 하자 “입맛도 없고 무엇을 먹어도 맛을 몰라요.”라고 한다. 아내나 자식이라도 있다면 정성 들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해 주겠지만, 홀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너무 힘겨워 보인다. “저희가 많이 드릴 수 없지만, 적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자 잠긴 목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감사는 주님께 하십시오. 너무 적어 죄송합니다.”라며 봉투를 전하는 손이 부끄럽다.

 

 

창밖으로 수많은 새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새가 저렇게 많지?”라고 중얼거리며 밖을 내다보니 그것은 새가 아니라 바람에 떨어져 허공에 흩날리는 낙엽이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올 것인데, 어려운 삶을 견디어야 하는 그들에게 추운 겨울은 그저 지나가는 겨울이 아니라 뼈마디를 깎아내리는 듯한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세 명의 아이를 둔 부인은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일할 수 없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자니 생활이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중학교라도 가면 일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서 정말 살기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부인의 얼굴엔 삶에 대한 피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즘 들어 “도와주세요.”라는 전화가 많다. 모두가 살기가 힘들어 하소연하는 그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세상 살아가는 삶이 정말 재미가 없다.
태어나 죽어라 하고 공부하고, 졸업하면 죽어라 일해서 돈 벌어 장가가고 시집가고, 결혼한 후에는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죽어라 일하고, 이젠 편하게 쉴 때가 되었다. 라고 했을 때는 병들고 늙은 육신만 남아있을 것이다. 하루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는 자체가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하리, 그들이 필요한 것은 좋은 집, 좋은 옷이 아니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생활인 것을, 그들의 한숨이 멈출 수 있는 그 날은 언제나 올 수 있을는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은 언제까지 우리의 마음속에 버티어 남을 수 있을는지, 함께 나누는 슬픔과 외로움,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