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은 찬 바람에 노출되어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요즘같이 장수가 기본이 되어버린 시대라 오히려 이전보다 더 두려워져 버린 질병의 하나가 뇌졸증, 흔히 말하는 중풍이다. 그런데 병 이름에 풍(風)자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어떤 이들은 찬 바람을 맞으면 중풍에 걸린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와사풍 (안면마비의 한의학적 병명)’이가 경풍(어린아이의 경끼)처럼 풍자가 들어가는 다른 질병들과 쉽게 혼돈하기도 한다.
증상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질병들의 이름에 ‘풍’자가 들어간다.
한방에서는 우리가 흔히 걸리는 질병들에 대해 주 원인이 되는 여섯가지의 요소를 따로 구분해 놓는데,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가 이에 속하고, 중풍은 이 중에서도 풍병에 속하는 질병이다. 다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화(火)병이 불의 특성중의 하나인 ‘열’을 내는 증상들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지, 불 그 자체에 데이거나 해서 생기는 화상같은 질병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다. 마찬가지로 중풍을 포함해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風)병은 바람 그 자체와 접촉해서 생기는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갑작스런 변화’가 그 주 증상이 되는 질병들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즉, 중풍, 경풍, 외풍, 통풍… 이렇게 한의학적 병명에 ‘풍’자가 들어가는 질병들은 모두 그 병의 발생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움에 방점을 찍어 지은 병명이므로, 이렇게 풍자가 들어가는 비슷한 이름의 질병들이라 해도 그 병인은 서로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중풍에는 뇌경색과 뇌출혈이 있는데, 이 둘은 서로 예후가 다르다.
그래도 풍병들을 원인의 시작점에 따라 분류를 해보자면 외부에서 기인한 풍과 내부에서 발생한 풍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에서 기인한 풍이란 감기 같은 전염성의 질병을 의미하고, 내부적인 풍이란 몸 안의 생리적인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급작스런 병증을 의미한다. 특히 열로 인해 생 기는 풍을 열생풍(熱生風) 이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중풍, 고혈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 부르는 병은 현대의학적인 구분법에서는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분류하는데, 뇌출혈은 뇌에 있는 혈관이 터진 것이고,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증상이나 예후는 보통 뇌에 얼마만큼의 손상이 생겼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재발률이 높고, 증상한 완만하나 예후가 좋지 않다. 반면 뇌출혈의 경우는 증상이 뇌경색보다 급하게 나타나며 사망률도 높지만,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예후도 좋고 재발률도 적은 편이다.
중풍이 발생한 초반에는 무조건 최대한 빨리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육안이나 증상만으로는 증상 초기에 정확히 병의 원인이, 뇌출혈인지 뇌경색인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중풍이 발생했을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현대의학의 진단 장비가 큰 도움이 된다.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를 통하면 뇌출혈의 경우 출혈량과 부위까지 알 수 있고, 만약 CT 쵤영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라도,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를 사용해 촬영하면 뇌경색 여부를 확실히 판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풍이 발생했을 경우 초기에는 세밀한 검사가 가능한 CT나 MRI촬영장치가 있는 양방병원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후유증을 줄이고, 예후를 좋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만약 검사 결과 뇌출혈이라 나오고 출혈량이 많다면 현대의학적인 외과적 수술 처치가 바로 따라서 이루어져야 하며, 뇌경색으로 판명된다면 적어도 중풍이 발병하고 나서 3-6시간내에는 혈전 용해제 투여를 받아야만 후유증과 같은 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중풍의 치료가 재활 단계로 접어들면 한의학적인 치료의 효능이 훨씬 월등하다.
하지만 중풍이 초기 급성기를 지나 재활치료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한의학적인 치료법이 현대 의학보다 월등한 효능을 나타낸다. 현대의학에서 행하는 일반적인 재활치료뿐 아니라 침, 뜸, 부황, 한약과 같은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 우리몸의 체질과 기혈상태를 파악함으로서 치료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이 지닌 자체 회복력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풍이 ‘발병’하면 무조건 한의학적 치료, 혹은 무조건 현대의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향돈 사고는 중풍의 효과적인 치료에 방해만 될 뿐이다. 중풍의 급성기에서 바로 아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아가 전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위탁하다 적절한 초기 대처를 받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빠지거나, 또 반대로 재활치료의 단계에서 더 빠르고 효과적인 한의학적 치료를 외면하는 바람에 얼마든지 더 회복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놓치게 되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풍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각각의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평소에 숙지하는 것이,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 역시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