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열심히 소염진통제에 대해서 공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이제 이 시리즈의 처음 칼럼에서 언급했던 허리 염좌로 고생했던 L씨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도록 한다. L씨는 소염진통제를 권유한 필자에게 자신은 진통제를 먹기 싫다고 했었다고 했다. 그 때 필자는 왜 약을 싫어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진통제를 먹지 않고 그냥 낫고 싶다고 하시면서 병이 낫는데 도움이 되는 약은 없다고 물었다. 그리고 혹시 진통제를 먹고 있다보면 나아도 모를 것 아니냐는 말을 덧붙이셨다. 본 칼럼을 계속 보셨으니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소염진통제를 말했는데 환자는 소염진통제를 진통제와 같은 것으로 보신 것이다. 소염진통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므로 병이 낫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진통제는 그런 효과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진통제가 아니고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려고 했던 것이고, 소염진통제는 당연히 병 자체가 낫는데 효과가 있다.
필자가 자주 처방하는 멜록시캄(meloxicam)와 같은 약은 말만 소염진통제지 진통 효과가 거의 없어서 먹어도 통증이 별로 멎는 느낌이 없다. 이런 경우 필자는 환자에게 그냥 소염제라고만 설명을 하는데 학술적으로는 소염진통제로 분류가 될지는 몰라도 진통 효과가 거의 없어서 환자들이 통증 완화에 대해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소염진통제는 병이 낫는데 기여를 하는 약이므로 필요한 때는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소염효과가 목적이라면 이왕이면 꾸준히 써야 한다. 소염진통제를 쓰더라도 아플때만 한번 먹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몇 일 혹은 몇 주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L씨의 경우 필자가 권한 것은 약 일주일 정도를 꾸준히 쓰고나서 효과를 확인하자고 했었는데, 그렇게 해야 소염효과를 통해 진짜로 병이 낫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염효과를 노리지 않고 진통효과만 원했다면 아플때 한번씩 드시라고 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만족할만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결국 L씨는 필자의 처방을 따르기로 했고 일주일 후에 필자에게 돌아왔을 때는 요통이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이제 정리를 하자면 소염진통제를 치료목적으로 쓸 때는 주기적으로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약물 복용으로 오는 위장장애와 같은 부작용은 식사와 함께 복용하거나 위장약을 함께 복용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대신 신장(콩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 되겠다. 그리고 타이레놀을 사용하는 경우는 소염효과는 없지만 하루 3그램만 넘지 않게 복용하면 간에 지장이 없는 좋은 진통제로서 잘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혹시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담당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