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최고 금융회사에는 Chief Market Strategist라는 직책이 있다. 이는 회장 바로 밑에서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중역의 자리이다. 이 CMS들은 세계 최고급 정보를 접하고, 유능한 연구원들이 제공하는 분석을 활용하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총체적 의견까지 수집할수 있다. 이들은 최고의 대학에서 수학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은 전문가 중에 전문가이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들에게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로 대우 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참으로 어이없는 현실을 발견한다. 이들의 예견이 주식에 문외한 일반인의 그것보다 틀린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20여개 최대 월스트리트 CMS들이 예견한 시장의 결과는 실제와 14.7% 이상의 오차를 보였다. 이에 비해서 “주식시장은 매년 조금씩 오르겠지요”라고 예견한 일반인은 14.1%의 오차를 보였다. 즉, 그 많은 지식, 경험, 정보, 고급인력등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역으로 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최첨단 과학에 의해서, 엄청난 자본으로 개발된 최고의 약과 의술을 처방받은 환자가 10년을 살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환자는 11년을 산것과 같은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주식시장의 방향/결과는 과학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금융회사들이 이를 물리학이나 수학을 다루듯이 논리적인 결과를 유출하려는 것이다. 가령, 대서양 횡단 초음속 여객기 콩크드가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때, 바로 다음날 부터 잔여 콩코드 여객기의 비행기표가 매진이 되었다. 이는 논리적으로 보면, 콩코드 비행기는 운항정지를 발표하기 전이나 후나, 같은 서비스, 같은 소음, 같은 조건이지만,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희소성이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사람들이 하루종일 근무하는 금요일을, 하루종일 쉬는 일요일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영향 때문이다. 금요일은, 하루종일 일을 해도 토요일 일요일을 쉰다는 기대감이, 다음날 근무해야 한다는 부담감의 일요일보다 강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택시장에 대해서 분석하고 예견한다. 매년 낙관적인 예견을 하는 사람, 조심스럽게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냥 조금씩 매년 오르겠지요”라는 사람. 미래의 주택시장의 온도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세계 최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유능한 연구원들의 보고서를 분석하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의견까지 검토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더욱 더 정확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일까?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당연히 모든 정보에 의해서 확실히 좋거나, 나쁠것이지만, 사회심리학적으로는 “그냥 계속 조금씩 좋아지겠지요”가 맞을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구입후 5년뒤에는 가격이 얼마큼 상승될까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보로 5년뒤의 가격상승을 알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정보로 금년의 가격상승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씩 매년 오르겠지요”가 더 더욱 정답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