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여성환자가 오래된 어지럼증(dizziness)을 이유로 필자를 찾아 왔다. 환자는 과거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 및 치료를 받아봤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환자의 어지럼증은 3-4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어지럼증의 강도 또한 더욱 심해졌다고 하였다. 환자의 어지럼증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한번 어지럼증이 올 때면, 환자는 보통 하루 이틀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였으며, 가끔은 이 증상으로 응급실을 가기도 한다고 하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환자는 두 종류의 어지러운 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주위가 한쪽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어지럼증과 다른 하나는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며 정신을 잃을 것 같아 주저앉아버리는 형태의 어지럼증이었다. 환자는 오랜 동안 편두통(migraine)을 알아왔으며, 가족 중에도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환자의 편두통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고, 두통의 강도는 매우 심하여 머리가 아파 정상 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하였다.
환자의 경우 대부분 빙빙 도는 형태의 어지럼증이 먼저 오고, 그 이후에 머리의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때 또한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되어 함께 나타나는데, 흔하게는 멀미할 것 같이 속이 좋지 않거나 토하기도 하며, 눈이 사물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해지기도 하며, 또한 눈과 귀가 큰 소리나 밝은 빛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두통이 시작되기전 귀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반대로 청력이 떨어져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 말하는 것도 어눌해지고, 눈에서는 물건이 둘로 보이는 복시(double vision)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환자는 최근 응급실을 방문하였으며, 그때 여러가지 검사와 더불어 뇌컴퓨터 단층촬영 (CT, computerized tomography)을 하였다. 뇌컴퓨터 단층촬영 (CT, computerized tomography)상 비정상 소견이 없었으나, 이는 자세히 뇌실질을 볼 수 있는 검사가 아니므로, 뇌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받게 되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종양(brain tumor)이나 뇌졸중(stroke)과 같은 심각한 뇌의 구조적 이상은 없었으나, 흔히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 보이는 뇌의 백색질 변화(white matter changes)와 약간의 퇴행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는 환자가 매우 오랜 기간 편두통을 앓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이상의 여러 소견을 종합하여 환자의 어지럼증을 편두통의 일부로 나타나는 편두통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흔히 “기저동맥 편두통 (Basilar migraine)” 또는 “비커스태프 증후군 (Bickerstaff’s syndrome)” 으로 알려진 이 환자의 특이한 어지럼증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와 예방요법이 알려져 있다. 물론 이 여성 환자에게도 이를 적용하여, 궁극적으로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