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영(27). 2014년 데뷔작인 영화 ‘봄’으로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그가 이번엔 TV로 무대를 옮겨 OCN 오리지널 드라마 ‘터널’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유영을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터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받은 큰 사랑에 얼떨떨한 듯 들뜬 표정이었다.
이유영은 ‘터널’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심리학자 신재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의 첫 드라마 ’터널’은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터널’ 최종회는 평균 6.5%, 최고 7.1%(케이블, 위성, IPTV가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음을 인증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던 첫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어떨까. “첫 드라마인데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너무 신기해요. 드라마 한 번 잘 되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잘 마무리해서 힘이 났어요. 아무래도 큰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요인은 작가님의 힘이 아닐까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재밌었거든요. 거기에 감독님이 엔딩을 기가 막히게 만드신 것 같아요. 엔딩을 알고 봤는데도 재밌더라고요. 다음 회를 보고 싶게끔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이유영은 자신이 연기한 차분한 심리학자 신재이에 대해 “실제 저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한 번도 웃질 않는다”고 말했다. 덕분에 초반 캐릭터를 잡는데 고생했다고.
“초반엔 많이 어려웠어요. 무감각하고 냉철하고 자기 일만 하고 다른 것엔 무관심한 역할이다 보니 ‘내가 무감정으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무섭고 똑부러지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이유영에겐 전혀 없어서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유독 과격한 장면도 많았다. 극 중 신재이는 정호영(허성태 분)과 목진우(김민상 분)에게 여러 번 목을 졸렸다. 트라우마가 남지 않았을까.
“트라우마는 없었어요. 그것보단 몸이 힘들긴 했어요. 실제로 절대 목을 조르지 않아요. 실감나게 연기를 하고 싶어서 숨을 참고 질식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더니 온 몸이 마비상태가 왔어요. 실감나게 연기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엔 조절도 할 수 있게 됐어요. 이후에 답답한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영화 ‘봄’으로 데뷔한 이유영은 ‘간신’ ‘그놈이다’ 등의 작품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에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 현장에만 익숙하던 그에게 드라마 현장은 신세계였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한 장면을 촬영한 뒤 연기에 대해 상의하고 연습해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드라마는 빨리 맞추고 빨리 찍으니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더라고요. 모니터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그것도 금방 적응이 됐어요. 결과물을 보고 나니 ‘감독님을 믿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가 이렇게 잘 만들어진 게 아직도 신기해요. 드라마 스태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간 무거운 역할을 연기해왔던 이유영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단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찍고 싶어요. 어려운 캐릭터나 힘든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나이에 맞는 캐릭터 제안이 온다면 더욱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엉뚱하고 허점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바쁘게 달려온 이유영은 이미 차기작을 결정했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감독 조원희)에서 마동석과 연인 호흡을 맞춘다. 8월 중 크랭크인한다.
“벌써 4년차 배우가 됐어요. 시작할 당시에는 배우로서 큰 욕심이 있지 않았는데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까지 온 게 너무 신기해요. 하면 할수록 배우로서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많이 다른 아이예요.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고 그리고 멜로 사랑하는 역할을 할 때 눈빛연기에 자신이 있어요. 감독님 작가님~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캐스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