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별거 아닌 별거

Q: 미국온지 10년된 부부입니다. 4년전 여행지에서 다툰 후 한집에서 대화를 끓고 별거 아닌 별거로 지내왔습니다. 다툼의 원인은 이민초기 경험 없이 사업에 뛰어 들어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전부 날리고 이것 저것 막일을 하며 지내왔으나, 몸이 부실하고 그런 일이 적성에 맞지않아 반실업 상태로 오랜 세월 지내다보니 생활에 쪼들리며서 그것이 다툼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별거생활이 길어서인지 서로 남같고 부부라는 느낌 보다는 동거인 애들 아빠, 엄마 정도로 밖에 감정이 없습니다. 잠자리를 같이하면 친해지려나 해서 의견을 물어도 아내는 냉정히 거절하여 더욱 거리를 멀게 느끼게 하더군요. 얼마 전 자존감이 상한 저는 이혼서류를 출력해, 서명 후 아내한테 건넸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이혼할 마음이었으나 침대에 누워 곰곰히 생각하니 이혼이 그렇게 간단한 서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슬며시 아내 침대에 놓인 서류를 가져와 찢어버렸습니다.

그후 잠시 냉전상태로 가는 듯했으나 여전히 저는 집안에 혼자였고,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려야 햇습니다. 다른 여자랑 바람이라도 피워보려 했으나 천성적으로 나쁜 짓은 못하는 성격이라 할 수만 있다면 아내랑 화해하고 잘 살고 싶지만 워낙 사고방식이 달라 평행선을 가고 있습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 정리 안된 아파트 한 채 있는데 아내는 그걸 재산분할 하자고 합니다. 근데 전 화해하고 같이 살면 그만인데, 그걸 나누려는 마음이 괘씸하여 못 주겠다 했습니다. 사실 헤어지면 남인데 뭐 이쁘다고 주고 싶겠습니까? 저 어떡해야 되는지 전문가님들의 고견을 참고하고 싶습니다. 요즘 살 희망도 없네요.

 

 

A: 사단테는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무척 고통스러우시겠네요.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도 큰 일입니다. 기실, 우리가 어릴 때는 왜 사는지에 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하지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런 질문을 더는 안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끼지요. 그냥 산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질문하신 분은 마음이 젊으시네요. 과연 살아야 하는지,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하시니까요.

반실업 상태라고 하셨는데, 여전히 몸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진다고 하는데. 이민초기엔 돈을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대체로 소용이 없습니다. 사기를 당하거나, 곶감 빼먹듯 그렇게 흐지부지 없어지거나, 사업으로 날리거나 해서 결과는 매일반입니다. 이민 생활이라는게 처음 십 년 정도는 모두에게 어렵습니다. 강산이 한 번 변해야 그제야 귀도 좀 뚫리고, 입도 열리고, 물이 입맛에 맞지요 . 자존감이 상한 것도, 이혼 서류를 출력한 것도, 바람피워 보고 싶은 것도 모두 질문하신 분의 마음에서 나온 현상입니다. 보는 눈을 달리하면, 보이는 것이 다르겠지요. 질문하신 분의 배우자 관점에서 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