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 여성 환자가 심한 잠꼬대를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의 잠꼬대는 환자 나이 중년에 시작되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느 순간 더욱 심해져 현재는 거의 매일 밤 잠꼬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얼마전 부터는 잠꼬대와 동시에 자면서 자주 발길질을 하게되어 배우자가 옆에서 같이 잠을 자기가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환자는 수면다원검사 (polysomnography), 즉 흔히 말하는 수면검사 (sleep study)를 받게 되었는데, 검사결과 환자에겐 심한 정도의 렘 수면 행동장애 (REM sleep behavior disorder)와 이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주기성 하지 운동증 (periodic lib movement disorder)이 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노인에서 나타나는 잠꼬대나 주기성 하지 운동증과 같은 수면 행동장애는 치매(dementia)나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잘 때 나타나는 수면주기에는 렘수면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꿈이 나타나는 시기로 잘 알려진 렘주기에서는 원래 뇌의 한부분인 뇌간(brainstem)이라는 부위에서 운동마비 조절부위가 작동하여 몸의 움직임을 없도록 조절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뇌간에 질환이 있거나 뇌간의 운동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파킨슨병의 경우에 렘수면 시간 동안의 정상적인 운동마비 기능이 저하되어 수면 중에 심한 잠꼬대나 비정상적인 움직이 나타나게되며 이를 렘수면 운동장애라 하게 된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수면 행동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12년간 관찰한 결과 약 50% 이상에서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되었음이 보고되었다.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또 하나는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에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가을철에 잠꼬대나 다른 수면 중 이상행동의 빈도수가 매우 증가한다고 한다. 뇌졸중 등 퇴행성 뇌질환이 추운 날씨에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수면 중 행동장애와 퇴행성 뇌질환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수면 중 행동장애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중년 이상에서 나타나는 나쁜 잠버릇 및 잠꼬대 등은 파킨슨병 및 다른 퇴행성 뇌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반드시 신경내과 전문의를 찾아 이에 대해 상담해야만 한다. 본 환자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를 통하여 다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