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 노인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변방에 사는 늙은이란 뜻으로 ‘새옹’이라 불렀다. 새옹은 아들과 함께 말을 기르는 게 생활이요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일 용맹스러운 말 한 필이 고삐를 끊고 어딘가로 떠나고 말았다. 새옹의 아들은 날마다 떠나버린 준마를 생각하며 한숨으로 지냈다.
그러자 하루는 새옹이 아들에게 “아들아,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라. 세상의 모든 화복은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란다. 그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이란다. 지금은 말을 잃어버려 슬프고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중에 행운이 되는 일이 될지 누가 알겠느냐? 또한, 만일 지금 네가 큰 복을 누려 커다란 행복을 누린다 해도 그 복이 언제까지나 네 옆에 계속 머무르는 것도 아니란다. 그 복이 바뀌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단다. 그러니 그저 주어진 순리에 따르며 살아가자꾸나.”라고 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용맹스러운 준마가 수십 필의 야생마를 끌고 새옹의 집으로 돌아왔다. 새옹과 아들은 너무 기뻤다.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말이 돌아왔을 뿐 아니라 수십 필이나 되는 말을 데리고 돌아온 말을 보고 너무 행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준마가 데리고 온 야생마를 길들이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아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새옹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지요. 지금은 고통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커다란 행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모든 건 하늘의 뜻에 맡겨야지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마을의 젊은 사람들을 모두 끌고 가고 말았다. 그러나 말에서 떨어져 한쪽의 다리를 못 쓰게 된 새옹의 아들은 끌려가지 않았다.
이 세상에 아픔이라는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믿으며 살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암 덩 어리를 발견하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우는 그를 바라보며 ‘새옹지마’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사황에서 그녀에게 전화위복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는 없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알뜰하게 살피며 세상에 돈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두 부부는 오직 앉으나 서나 돈이었다. 그렇게 알뜰하게 살아 번듯한 집도 장만하고 땅도 사고, 건물도 사고 아들딸 명문대 졸업시키고, 이제 남은 것은 여행이나 다니며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자신들이 할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말기 암 환자라는 진단을 받고 훌륭한 의사, 유명한 병원을 모두 찾아다니며 많은 돈을 써 보았지만, 돈도 그녀의 몸속에 퍼진 암 덩어리를 제거할 수는 없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나는 죄도 짓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리느냔 말이에요.”라며 그녀가 땅을 치며 울었다. 그러나 아무리 땅을 치고 통곡하고 울어도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
누군가가 “누워 있는 부자보다 걸어 다니는 노숙자가 오히려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항암 치료 받고 다시 또 건강할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병이 낫지 않는다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일, 의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헤어져 길을 떠나며 “그래, 나도 그랬어, 나에게 찾아왔던 죽음이 너무 무서워 소리 없이 눈물 흘리며 산 세월이 나에게도 있었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지금의 행복이 영원할 것 같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 곁에 늘 행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잠깐의 행복도 말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하며 살아야 하고, 삶에 대한 집요한 의미를 벗어나 살아가는 그 자체가 행복임을 머릿속에 꼭꼭 되새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웃을 일 보다 울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슬픔과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힘차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지닌 수정같이 맑고 고운 거울 같은 사람으로 남겨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