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에 온지 20년이 되었습니다. 당시 코흘리개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라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라설까, 어느 정도의 재산이 모였습니다. 많은 재산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남부끄럽지 않을 많큼은 됩니다. 아직은 건강한 편입니다만, 정말 유언장이 필요한가요? 저는 이제 겨우 오십대 후반입니다.
A: “오는 순서는 있어도 , 가는 순서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태어난 날짜는 정해져 있지만, 떠나는 날짜는 아무도 아는이가 없습니다. 유언장은 사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뒤에 남겨지는 산자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갖는 착각 중 가장 큰 착각은 우리가 늙어서 죽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물론 하늘이 허락한 그 날까지 천수를 누린다면 운이 좋은 편이 되겠습니다. 질문하신 분도 역시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재산도 있으시고 건강도 있으며 또 자식복도 있는듯 하니까요.
하지만, 죽음이란 예고 없이 찿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를 당한다거나, 큰병이 생긴다거나 하는 것은 떠올리기 조차 싫은 일입니다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그런 일입니다. 이제까지 운이 좋았다고 앞으로도 좋을것이라고만 생각할 순 없습니다. 쥐구멍에 볕드는 날이 있다면, 맑은 하늘에 벼락 치는 날도 있는 것입니다. 유언장이란 불의의 상황에 대비하는 삶의 자세입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은 죽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유언장은 기본적으로 유언자의 사후에 전개될 상황에 있어, 유언자의 의지를 나타내는 서류입니다. 유언자의 재산을 누가 관리할 것이며, 누가 얼마를 분배 받는가 하는 등의 내용을 명기하는 서류가 유언장입니다.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하지 않는 사람이 사자의 재산을 가져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또한 재산의 일부가 나라의 소유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아내가 모든 재산을 가져가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가령 차사고가 나서 두사람이 모두 죽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진다면, 재산은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갈 것이라고 단언하실 수 있습니까?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나요? 본인이 또는 부부가 함께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이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면 너무 허무한 죽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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