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의 남자 환자가 가족과 함께 필자를 찾아 왔다. 기억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경내과 전문의를 찾아온 것이다. 환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악화되는 기억력 장애(memory loss)를 호소하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가족들의 관심을 받게 될 정도로 좋지 않아졌다고 한다. 환자의 가족은 환자가 기억력 저하와 더불어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심각한 무관심(apathy)과 무기력함을 보인다고 하였다. 환자의 문제는 대략 3-4년 전에 처음 시작되어 최근 수개월에 걸쳐서는 그 상태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다고 한다. 환자는 금전 관계의 출납을 잘 계산하지 못하여 가계의 재정적인 부분을 잘 관리 할 수 없게 되었으며, 또한 최근 들어서는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를 잘 찾지 못하여 이를 찾는데 고생하는 경우가 매우 자주 반복적으로 생긴다고 말하였다. 한가지 특이한 점으로 환자의 가족 가운데 친할아버지와 사촌이 치매(dementia)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였는데, 환자 및 그 가족들은 할아버지와 그 사촌의 치매 증상이 정확히 몇 살 때 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마도 환자의 나이또래가 아니었나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신경내과 의사는 위 환자와 같이 65세 이전에 발생한 알쯔하이머 병에 대해서는 조기 발병 알쯔하이머 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이라 하여, 유전적 원인에 의한 발병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65세 이전에 발병한 조기 알쯔하이머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가지 유전자(genes)들이 알려져 있으며, 이는 혈액 속의 백혈구(WBC)에 있는 유전물질인 DNA를 분석(sequencing)하는 혈액 검사를 통하여 그 이상 유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세가지 유전자란 PSEN1, PSEN2, 그리고 APP라는 이름의 유전자들이며, 이 유전자에 생기는 이상은 모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amyloid beta peptide)이라는 신경세포에 매우 독성(toxic)이 높은 물질을 증가시켜 뇌세포에 손상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흔히 알려져 있는 APOE라는 유전자는 최근 발견된 TREM2라는 유전자와 더불어 65세 이후에 발생하는 알쯔하이머 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환자의 경우 유전성 조기 알쯔하이머 병을 의심할 수 있었다. 따라서 환자의 치료와 더불어 유전성 알쯔하이머 병에 대한 유전자 검사(genetic test)를 시행하게 되었다. 검사결과 불행히도 환자에겐 PSEN1이 발견되었으며 유전성 조기 발병 알쯔하이머 병으로 진단 내려지게 되었다. 만일 두 세대(generation) 이상에서 매 세대에 알쯔하이머 병이 65세 이전에 발생한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반드시 이 질환에 대한 유전적 원인에 대한 검사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이에 관련한 유전상담(genetic counseling)을 통하여 환자 본인의 치매 치료 및 가족 구성원들의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경내과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571-620-7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