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바람같은 것

요즘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죽을 때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잠자다 죽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이다. 또한, 세 번째를 말한다면 ‘기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노년층인 데 비해 신앙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천당으로 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모든 내용은 우리가 항상 그리워하고 바라는 희망 사항이다. 이 세상에 고통받으며 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없다. 하나도 없다.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뼈저린 고통 후에 나 자신을 키워갈 수 있음이다.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깊은 아픔을 이겨내고 찾아든 기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의 행복은 있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어렵고 힘든 과정도 겪었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은 후 되돌아보면 그 모든 아픔과 슬픔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준 고마운 행로라고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겪어야 할 아픔이고 고통이라면 빨리 찾아와 빨리 가버리기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왔는지 모르겠다.”라고, 열심히 주님을 믿고 기도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알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곤 한다. 신앙이란 좋은 것이다. 나를 기댈 수 있게 해 주는 든든한 기둥이고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나의 연인 같은 것이 신앙이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나에게 이런 핍박을 주십니까?”라고 원망하기보다는 고통이라는 선물을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남편은 “주님, 저의 병을 낫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고, 아내는 “제 남편을 살려주세요. 믿는 분은 오직 주님뿐입니다.”라며 기도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유명을 달리하고 저 먼 세상으로 떠났다. 아내는 울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지 아세요? 새벽기도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왜 제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주님께서 주시는 것은 행복이 아닌 고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했지만, 그 슬픔이 너무 커 기어이 주님을 원망하는 그녀,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가신 분의 생명은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기도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 아프단 말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눈을 감은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나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과 살아갈 일이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녀의 어깨는 무거운 바위를 짊어진 듯 무거워 보였다. 나는 “남편은 떠났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다시 또 열심히 사셔야지요, 남편은 가셨지만,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라고 말은 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미우나 고우나 남편일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있어 기둥이요. 믿음이었던 것을,

그녀가 “글쎄요 그런 날이 정말 올까요? 지금 같아서는 남편 따라 저도 가고 싶어요.”라는 그녀에게 “하늘나라에 지금 방이 없어서 당신이 가도 가 계실 곳이 없으니 천천히 가세요.”라는 말로 그녀를 위로한다. 늘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남편을 잊기엔 남편과 함께했던 너무나 많은 날이 그녀의 가슴 속을 채우고 있었기에, 이렇게 망연하게 남편을 떠나 보낸 힘없는 두 손만 만지작거리는 그녀, 그렇게 살다 보면 다시 또 기쁨을 맞이할 그런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바라고 희망하는 그 모든 꿈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의 행복이거늘, 고통 없는 세상을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지금의 슬픔은 언젠가 그녀에게 기쁨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사랑했던 남편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렇게 사노라면 행복한 함박웃음 지으며 살 날이 꼭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푹 처진 어깨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뼈아픈 고통을 알기에 그렇게 그녀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는 한마디의 말을 잊지 않는다. “지금의 아픔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겁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