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정말 많은것을 생각케한 한해였습니다. 변호사 일을 오래 하다보니 좋은일 보다는 어렵고 힘든일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자동차사고, 의료과실, 추방재판, 이혼 등등의 법적인 분쟁들이 매일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변호사 일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내 일처럼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함께 동반하며, 지쳐가는 손님들을 옆에서 응원하며, 법적 진로를 결정하여 길잡이 코치일까지 여러가지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변호사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다른해보다 좀더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이번 미국대선을 치루면서 추방유예 혜택을 받은 많은 우리 자녀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대학에서 공부만 해도 힘든데 추방유예가 폐지가 될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는 공부는 더더욱 힘들것입니다. 추방유예 폐지 때문에 문의전화가 저에게 오면 안심을 시켜주려고 노력하지만 현재 정치적 기후를 볼때 언젠가는 꼭 다가올 문제이기에 제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습니다. 끝까지 함께 동행할 것을 약속해 드리지만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올해 저희 로펌에는 의료과실로 어린 자녀를 잃은 사건,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사건등 예전보다 무거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그저 하나의 케이스가 아닌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슬퍼하고 눈물로 잠을 못이루는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그것 자체가 고민입니다. 더더욱 이렇게 큰 사건들은 법적 절차가 느리고 오래 걸리기에 더욱 죄송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이민의 문이 점점 좁아지면서 5년 10년 기다리고 계신분들은 더 답답하고 목이 마르십니다. 취업이민을 하시면서 경력증명이 확인 안되는 케이스, 미대사관에 제출한 비자 신청서의 내용이 확인이 안되서 영주권 인터뷰에서 발목이 잡히신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들 입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훗날 어린자녀들이 커서 질문을 할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시라고 합니다. 묵묵히 지켜볼 수 없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이 저의 밤을 설치게 합니다.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비를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 오랫동안 기다림에 지치신 분들에게 과연 힘이 될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물쇠를 만드는 사람은 꼭 열쇠도 함께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문제의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가 있다고 믿습니다.
2016년이 어려운 해였지만 잘 견디어내신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우린 해왔고 분명히 열쇠 꾸러미에서 자물쇠를 여는 한 열쇠를 2017년도에 찾을 수 있을것 입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