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요통의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환자에게 겁이 나게 하는 진단 중의 하나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다. 이 병은 쉽게 말해서 층층이 기둥처럼 쌓여 있는 척추에서 일부의 뼈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앞으로 튀어 나온 것을 말한다.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척추의 일부분이 결손이 되어 척추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나온 경우도 있고 때로는 운동을 하다가 척추의 약한 고리 부분이 부러지면서 척추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주로 젊은 사람들에서 볼 수 있고 나이 든 사람의 경우는 퇴행성 관절염이 점차로 진행하면서 합병증의 하나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에게 요통을 치료받는 환자를 보면 5%에서 10%는 이 병을 가지고 있으니 그리 드문 병은 아니다. 미국내 상병 통계에서도 필자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5-10%의 유병률을 보고하고 있다. 요통을 가지고 필자를 찾았던 72세 남성 K씨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였는데 수년간 허리가 아팠으나 많이 심하지는 않아서 굳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최근 허리를 삐끗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요통이 심해져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진찰상 다른 것보다도 특히 발가락의 근력이 약화된 것이 발견되었기에 신경이 뭔가에 의해서 눌리는 것이 의심이 되어 자기공명촬영(MRI)를 시행한 결과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 탈출증과 더불어 척추전방전위증이 발견되었다. 척추 전방전위증은 정도에 따라서 1기에서 4기까지 나누며 3기 후반이나 4기의 경우 척추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K씨도 필자가 상태를 설명하면서 척추가 움직여서 제자리에 있지 않고 앞으로 튀어 나왔다고 하니 마침 자신의 친구도 그 문제로 척추 수술을 받았다고 하시면서 자신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크게 걱정하셨다.
활동이 많고, 앞으로 척추의 불안정성이 진행할 것이 의심되는 젊은 환자들에게서는 척추 고정술을 조기에 시행해야 할 경우가 많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된 병변을 가진 나이 많은 환자의 경우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K씨에게 앞으로 예후를 설명하면서 수술의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고 주사와 약물치료, 물리치료를 혼합한 비수술적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치료를 시작한지 두 달 정도가 지나면서 K씨의 요통은 눈에 띄이게 좋아져서 수술은 생각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척추뼈가 제자리를 잃고 움직인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무서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수술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 물론 수술을 하고 안하고의 결정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면 되는데 미리 너무 겁을 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