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세 여성 환자가 최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의 직업은 공인 회계사였다.
환자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아주 유명한 영화배우의 이름을 기억해내는데 거의 반나절이 걸린 경우가 있었으며,
내원 수 개월전에는 한 단골 고객을 사무실 밖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낼 수 없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하였다.
환자는 또한 집에서도 평소와 매우 다르게 자신이 정신이 없는(absent-minded)것 같다며 걱정하였느데,
환자는 최근 쓰다만 마요네즈병을 냉장고가 아닌 찬장에 넣어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치매가 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또 매년 바뀌는 새로운 세금 코드(tax code)를 따라가기가 약간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였다.
환자 스스로 사무실에서 일하느데 예전과 달리 본인이 약간은 덜 효율적(less efficient)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환자의 작업의 질(work quality)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하였다.
직장의 동료들 또한 환자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환자의 문제는 눈에 띄지는 않은 듯 하였다.
환자는 테니스를 좋아하여 거의 매일 테니스를 치고 있었으며, 무릎과 팔꿈치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최근 어깨의 회전근개(rotator cuff)의 파열이 발견되어 수술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다른 의학적 문제로 환자는 수년 전부터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불면증이 심해 불면증 약도 거의 매일 밤 복용하고 있었다.
특이할 점으로 얼마전 부터 환자의 생리 주기에 변화가 와서 최근 들어서는 매우 불규칙적(irregular)이 되었으며,
또한 거의 날마다 안면 홍조(hot flashes)가 생긴다고 하였다. 특히 안면홍조는 매우 심하여서 매일 밤 이 증상으로 잠에서 깨기가 일쑤라고 하였다.
환자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환자는 기혼으로 환자의 남편은 변호사였으며 슬하에 세 딸을 두고 있었으나,
막내딸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하였다. 또한 가족력으로 환자의 아버지가 일년전에 알쯔하이머 병(Alzheimer disease)으로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아버지의 나이는 78세였다.
필자가 환자를 진찰했을 때 신경학적 검사상으로 비정상적인 소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으며,
딸의 건강이야기를 할때 환자의 눈에 약간의 눈물이 고인 것을 제외하고는 환자의 전체적인 감정 상태는 정상이었다.
환자의 언어능력은 매우 유창하였으며,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 또한 어려움이 없었다.
환자는 간이 정신 상태 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에서 30점 만점에서 29점을 획득하였으며,
다만 지남력(orientation)과 관련한 질문 가운데 오늘의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 하였을 따름이었다.
필자는 환자 문제와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환자의 동의를 얻어 환자의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환자의 배우자는 환자가 겪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과 특히 환자가 호소하는 기억력의 문제를 확인 해주었으나,
흥미롭게도 환자의 배우자 자신도 또한 때때로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전화통화를 마무리 하였다.
그렇다면 환자가 보이고 있는 기억력의 문제는 비정상일까?
흔히 신경과학적으로 기억(memory)을 의미적 기억(semantic memory)과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로 구분해서 생각을 한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지만, 본 환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기억력의 문제는 주로 의미적 기억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알쯔하이머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치매 증후군이 주로 일화적 기억의 이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필자는
환자의 문제를 결코 치매와 관련한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태로 의심할 수 없었다.
또한 환자의 문제가 환자의 일상 생활, 구체적으로 직장 생활 및 다른 일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으므로 또한 이를 병적인 상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더불어 필자가 고려한 본 환자의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의학적 사실 중의 하나는 환자는 폐경기(menopause)를 겪고 있다는 점이었다.
폐경기에 나타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중년 여성의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본 환자의 경우 폐경과 관련한 여러 증상을 치료함으로 인지기능의 극적인 호전을 보였다.
*신경내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703-277-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