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도넘은 논란, 무서워서 원

말만 해도 갈등이다. 응원을 해도, 비판을 해도, 의문을 자아내도. 원작 소설의 ‘젠더 논란’으로 시작돼 ‘평점 테러’ ‘댓글 논란’ 등 끊임없는 구설수로 인해 남부럽지 않은 화제성을 뽐내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16년 발간돼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오늘(23일) 드디어 개봉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제목처럼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둘러싼 이례적인, 아니 비상식적인 논란의 연속에 출연 배우들마저 오랜 기간 곤혹을 치렀던 게 사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불붙은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화 주연을 맡은 정유미, 공유의 소속사 동료인 수지를 비롯해 유아인 최우식 신성록 등 스타들도 발벗고 응원에 나선 가운데 예상했던 누리꾼 간 설전을 넘어 댓글 한 번 달았다가 애꿎은 피해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장범준의 아내 송승아가 그 예다. 송승나는 2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무슨 말인지 참 알 것 같네. 내일아 빨리 와”라는 글과 ‘82년생 김지영’의 포스터 사진을 올렸다. 이에 남편 장범준은 “????”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그것이 논란으로 번졌다. 일부 여성 누리꾼이 몰려와 장범준을 질타하는 글을 쏟아내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점령했다.

이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으로 옮겨지면서 일부 누리꾼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고,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유저들도 참여하면서 이상한 논란은 점점 커졌다. 결국 송승아가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관련 포털사이트 키워드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남녀 갈등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결혼 후 육아와 가사로 인한 피로, 명절 우울증까지 겹치며 어느 날부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기 시작하는 김지영(정유미 분)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남편 대현(공유 분)은 그런 아내가 걱정스럽고 또 두렵다. 그의 주변엔 따뜻한 가족, 동료가 있지만 그녀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고 마침내 모두가 그녀의 아픈 마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단지 ‘김지영의 넋두리’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 나아가 가족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빙의’라는 설정, 지영의 주변 인물들을 향한 섬세한 시선, 무엇보다 전통적인 시대를 겪고 급변하는 시대에 자식을 낳은, ‘지영의 엄마’ 김미영을 통해서다.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일차원적인 경계에, 몰상식한 남성 상사의 실언에, 무조건 ‘맘충’이라 비아냥대는 어떤 과장된 에피소드에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끼며 적잖은 실망감을 얻을 수도 있다. 모두가 이해하지만 공감하기 때문에 더 우울해지는, 혹은 더러 공감하기 힘든 지점들도 적잖게 보인다.

그럼에도 ‘엄마’ 오미숙(김미경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경계는 무너진다. 여자의, 엄마의, 혼란한 시대 속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에 영화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모두 녹아들어 있으니까. ‘50년생 오미숙’을 연기한 배우 김미경은 놀라운 내공으로 영화의 그릇을 한껏 넓힌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한편으로 이 영화의 힘이 될 수 있다. 동시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인지,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겼는지, 불쾌한 공감인지 필요한 공감인지 역시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살진 않는지, 누구도 모르는 사이 나는 상처를 받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한번 쯤 생각해볼만하다. 23일 극장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