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도광양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라고 한다. 원래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 전략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중국의 대외정책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도 협력하며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덩샤오핑의 외교 방침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사회에 직격탄을 날렸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근래 전무후무한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PPP (Paycheck Protection Program)나 EIDL 융자를 지급받은 업체들이라 할지라도 과연 올해 하반기를 지나 내년까지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다시 비즈니스에 올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빚에 있어서는 이런 위기상황이야말로 순서를 뒤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7월 15일까지 IRS의 콜렉션이 유예되었고 이런저런 긴급재난기금이나 중소기업청 융자로 인해 약간의 숨통도 트였으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늘었다. 이럴 때 회계사나 변호사를 찾아 그간 바빠서 미뤄오던 세금탕감 신청 준비를 차근차근하자. 정확히 두 달 뒤면 IRS에서 다시 콜렉션이 시작된다. 그 전에 시간소요가 많이 되는 문서들을 신청하고 정리하여 IRS에서 요구하는 양식을 준비하고 사유서를 작성해서 신청해 두어야 한다. 조용할 것만 같은 주요 IRS 서비스 센터의 큰 화물함에 산처럼 쌓이고 있는 신청서 사이에 지금 들어가야 한다. 몇 달 뒤 순서가 되어 IRS Offer Specialist들이 신청서를 읽었을 때 단번에 승인될 수 있도록 서류양식과 증빙자료를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처럼 철저하게 준비하자. 이미 분할납부계획이 있었다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지금 다시 금액을 조정하는 네고를 해야 한다. 전화기 너머로 쌀쌀하던 Revenue Officer들도 지금은 톤이 누그러진 상태이다.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는 절호의 기회가 많이 없다. 자동차 경주에서도 순서가 뒤바뀌는 순간은 직선을 달릴 때가 아니라 코너링을 할 때라고 한다. 적절한 속도와 방향으로 취적의 궤도를 그리는 운전자 실력과 센스가 적절히 버무려진다면, 엔진의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일탈하지 않고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코너링을 할 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비즈니스 문을 닫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한탄하기 보다 ‘도광양회’의 전략을 쓰자. 지금은 쨘하고 성공을 으시댈 시간이 아니라 조용히 리셋하고 재정비할 시간이다. 그러나 조용히 힘을 기를 것이라면 차라리 철저히 제대로 하자. “The devil is in the details”이라는 말이 있다. 제출할 회계양식의 셈이 맞지 않거나 필수내용이 비어있거나 에퀴티를 마이너스로 쓴다거나 하는 등의 간단한 실수로 인해 심혈을 기울인 Offer in Compromise가 거절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현명한 코너링의 운전자. 당신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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