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되어 줄 끄나풀

이제 겨우 22세의 여성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삶에 대한 미련도, 희망도 꿈도 없는 이 세상을 굳이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죽어도 후회도 없을 것 같은 이 세상, 아무런 목표도 없는 이 세상을 그녀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역시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죽자니 그것도 그렇고 살자니 그것도 무의미하고,
우리는 이 여인에게 어떤 대답을 해 줘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며 ‘과연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저 여인처럼 세상 삶이 무의미하지만, 목숨이 붙어있으니 사는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삶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애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졸필이지만, 그녀에게 한마디 대답을 해 주어야 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단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는,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주위를 둘러보세요. 정말 왜 저렇게까지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보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명이 있는 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분명한 게 있다면, 죽음입니다. 그러나 언제 맞을지 모르는 것 또한 죽음입니다. 이제 나이 22세. 꿈을 가지세요. 먼 훗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시고, 한 번 태어난 세상, 멋지게 살아갈 희망을 품으세요.” 라는 말을 전했지만, 그녀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가끔, “죽었나?” “아직 살아있나?” 라는 생각만 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그 인생을 내가 대신 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운명이라는 것에 맡겨 보는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27세의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기르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야 견딜 수 있다 해도,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신발 한 켤레, 옷 한 벌, 결국 우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옷과 신발, 인형과 가방 등을 한 보따리 안겨주었다. 엄마가 “우리 00이가 너무 좋아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해왔다. “아이 옷과 신발 크기가 맞던가요?”라고 하자, 조금 크기는 한데 그래도 괜찮아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뿌듯하다는 말은 곧 행복하다는 말과 같다.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니 무언가를 해 냈다는 기쁨에 우리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한 줄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짧은 말씀이었지만, 제게 해 주신 그 말씀이 저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까지 왜 이렇게 힘들어하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전해져 왔다.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지만, 자신의 우울증 때문에 가족은 늘 불안하고 우울한 그런 모습이었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삶에 대한 희망을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한마디 말이 희망이 되었다니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이겠는가?
누군가가 “그런 일에도 기쁘세요?” 라고 말했다. 한 여인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도 바로 우리가 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오지랖이 너무 넓어 이해할 수 없다는 어느 사람의 말처럼, 까짓 오지랖이 좀 넓으면 어떻고 좁으면 어떠하리,

“아니 죽긴 왜 죽어, 그런 맘 먹는 것도 죄야”라며 큰 소리로 말하지만, 아니 누군 죽고 싶어서 죽나, 삶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또 삶에 대한 의욕도 없으니 죽을 마음이라는 것뿐, 세상은 넓고도 할 일도 많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것은 너무 많아 입으로 조아리기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은 희망이라는 것을 품어야 한다.
우리는 내일을 걱정하지 말자, 오늘 하루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22세의 여인도 이제 희망을 품고 살겠다고 하고 어린아이도 옷과 신발이 있어 너무 기뻐한다니 그들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끄나풀 하나가 행복으로 엮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행복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니 열 명 중 한 명도 “예,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자식이 잘되는 것, 고민 없이 사는 것, 빨리 돈 버는 것, 복권에 당첨되는 것 등, 모두가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만을 말하고 있었다. 에~효,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역시 불만이 가득한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할 우리가 아니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