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여성 환자가 두통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이 머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아픈 부위는 주로 머리의 뒷부분이나 목 뒤쪽이었다. 특징적으로 가끔씩 날카로운 통증이 순간적으로 뒷머리에서 정수리까지 뻗치기도 하는데, 보통 짧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수분간 계속된다고 한다. 이러한 통증은 하루에 적게는 수차례에서 많게는 수십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환자는 간혹 눈언저리까지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으며 심한 경우 두통과 더불어 두 눈도 매우 침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한 두통과 더불어 어지럼증도 가끔 생겼으나 속이 메슥거린다든가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필자가 환자를 진찰하였을 때 환자의 목뒤 근육의 긴장이 매우 심한 것과 뒷목이나 머리 뒤의 여러 부위에 압통점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신경학적인 이상 소견은 찾을 수 없었다. 통증의 분포와 특징적인 찌르는 듯한 통증의 양상으로 필자는 환자의 두통을 “후두신경통”으로 의심할 수 있었다.
후두신경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즉각적인 치료를 위해 때로 후두신경에 대한 진단치료적 신경차단술(diagnostic/therapeutic nerve block)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 환자의 경우에서도 신경차단술의 시행직후 환자의 통증이 바로 사라짐을 관찰할 수 있었다. 환자 상태에 대한 궁극적인 치료로는 영구 신경 차단술이 시행되었으며 이후 환자의 상태의 극적인 호전을 가져오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후두신경통(occipital neuralgia)이란 머리의 뒷부분 (후두부)과 목 뒤쪽 (경추부)에 분포하는 후두신경(occipital nerve)을 따라서 생기는 통증을 말한다.
말그대로 신경의 이상에서 나오는 통증으로 곧 신경통이라고 할 수 있다. 후두신경은 상부 경추에서 시작하여 그 주행에 따라 대후두신경(greater occipital nerve)과 소후두신경(lesser occipital nerve)으로 나뉘어 진다. 목뒤와 뒷머리를 따라 올라가 머리의 가운데 부위로 올라가는 대후두신경, 그리고 귀 뒤를 통해 머리 측면으로 분포하는 것이 소후두신경이다.
후두신경통은 후두신경의 압박이나 염증으로 발생하는데 연구에 의하면 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제 1,2경추 측방관절의 만성적인 관절병증(arthropathy)이라고 한다.
장기간의 컴퓨터 업무, 좋지 않은 자세 등, 경추의 이상 및 목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부르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이 그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