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감당하는 세무감사가 이상한 이유

세무감사를 맞았다면 전문가를 찾아서 미흡했던 사업경비 및 공제 내용을 증빙하여 세금액을 최대한 낮추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세무청 직원들의 눈에 익숙하게 증빙 문서를 정리하고, 부족한 자료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대체 보완하는 대응 방식을 배우고 경험하며 살아온 변호사의 눈으로 보는 한인들의 감사 대응 방식은 조금 의아하다.
회계사나 변호사에게 나가는 선임 비용 걱정으로 인해 혼자 어떡하든 감당하려 한다. 증거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찾을 수 있는 서류를 몽땅 신발박스 안에 넣어 제출하면 연방세무청(IRS)에서 알아서 뺄 건 빼고 반영할 건 해서 계산해주겠거니 생각한다. 이 때 IRS 담당자가 친절하게 대해 줄수록 전문가 없이 대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대게는 본인이 좀 귀찮더라도 어떻게든 자료를 제출하여 변호사 비용을 세이브해서 차라리 세금으로 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나는 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케이스는 실제로 변호사나 회계사들이 관여하는 것보다는 간단한 상담으로 방향만 제시해주면 납세자 본인이 자료를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세무 감사에 대응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케이스는 세무 감사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가 관여해서 풀어나감으로 인해, 수임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직간접적인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 먼저 IRS 직원들이 며칠씩 시간을 할애해서 신발박스에 엉켜있는 영수증과 인보이스를 정리해서 최대한 반영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전문가들은 세무청 직원들의 수준과 그들이 서류를 리뷰하는 방식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제출된 서류를 보는 시간과 머리 쓰는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되 결과는 납세자가 원하는 쪽으로 도출될 수 밖에 없도록 서류를 꾸밀 줄 안다.

 

 

 

이렇게 감사 기간 내에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나중에 청구액이 결정되고 나서 분할납부나 Offer in Compromise로 가는 것보다 수임 비용도 줄일 수 있고 결과도 더 나을 때가 많다. 한인들은 거꾸로 일을 한다. 절세할 수 있는 황금같은 감사 기간 중에는 혼자 감당하느라 머리가 빠지고, 감사가 끝난 후 세액이 결정되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으면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도 줄어든다. 세무 감사에 경험이 없거나 이를 귀찮아하는 변호사나 회계사를 둔 납세자들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청구서 대로 내셔야한다는 조언에 따라 제대로 대응해보지도 못한 채 목돈을 마련한다. 거의 모든 IRS의 결정에 대해 항상 청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전문가 없이 감사를 당하는 납세자들을 대하는 IRS 직원들은 주로 겁주기 방식을 쓴다. 급여나 은행, 주택 차압 등으로 이어지려면 한참 더 진행이 되어야하는 케이스인데도 불구하고, IRS직원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집에서 쫓겨나거나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린다. 미납세액이 많지 않아도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도 간혹 있으므로 알맹이 없는 협박은 아니긴 하지만,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상담오신 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이제 길바닥에 나앉게 될까봐” 아니면 “감옥가긴 싫어서”이다. 나는 여기서 일단 한 번 놀란다. 기본적으로 이런 두려움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변호사 비용은 아까워한다. 자기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챙기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착착 흘러갈 수 있는 케이스가 산으로 가거나 둘러가느라 본인의 사업과 자산에 출혈이 생겨도 혼자 감당하려 한다.

 

 

 

대부분의 IRS 세무감사 담당직원들은 납세자와 미팅 잡기를 좋아한다. 시간은 걸리지만 이에 상응하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제대로 납세자의 권리가 지켜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집이나 사업장을 방문하면 자산 상태를 서류가 아닌 육안으로 둘러볼 수 있고, 긴장해서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까지 친절하게 답해주는 납세자로부터 의외로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을 선임하면 세무 감사 미팅에서 일단 납세자 본인이 빠진다. IRS 사무실이나 개인 사업장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IRS 직원들이 아무리 친절해 보여도 그들은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같은 납입금 수표 하나라도 그들은 정부의 세금 징수를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하지만 전문가들은 벌금과 이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금을 요구하고 이를 차후 확인한다.

 

 

 

그리하여, 개인 및 자영업자들의 세무 감사를 대변하며 성공적으로 절세를 해주고 있는 나로서는 혼자 감당하며 끙끙대는 납세자들을 보면 참으로 이상해 보인다. 자녀를 교육하고 사업을 하다보면 세금이 밀리거나 누락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납세자로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청원의 기회를 잘 이용하여 감사를 넘길 수 있는 전문가들의 노하우보다, 오히려 더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아직도 한인 사회에서 미국 세법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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