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것은 외롭다. 늘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가끔 ‘아무도 없이 혼자 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 또는 결혼한 후, 사별하거나 이혼의 아픔을 겪은 한쪽, 게다가 자녀도 없이 홀로 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이민 생활은 어려움이었다. 암 투병을 하는 그는 수술 후 자신을 돌보아 주어야 할 가족이 없다고 하였다. 별안간 응급실에 가야 할 경우가 오지만, 홀로 그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 그렇다고 힘들어하는 그의 옆에서 병간호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따뜻한 죽 한 그릇 떠먹여 주는 이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하였다. 사별한 사람은 전 배우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홀로 살았고, 이혼의 아픔을 겪은 사람은 두 번 다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혼자 살았는데 이제 나이 들고 보니 혼자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언젠간 나도 저렇게 홀로 살아갈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울적해진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던가!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사는 게 인생살인데 사람은 있어도 가족이 아니니 자신을 맡길 수 없고 누구에게 부탁하고 싶어도 그것은 또 부담되어 그럴 수 없다고 하였다. 홀로 사는 사람들, 그렇게 혼자 산 살아온 삶이 익숙하다 보니 누구를 만난다는 사실이 오히려 두렵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부지런히 일하며 다 잊고 살아왔는데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누군가가 옆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 줄 사람이 그립다고 하였다.
하긴 나도 남편이 없으면 나 홀로 그들 같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떤 사람은 “교회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지만, 교회는 그냥 교회일 뿐, 결국 따지고 보면 그들은 내 가족은 아니다. 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은 미우나 고우나 내 가족 밖에 누가 있을까? 그래도 아플 때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해 줄 수 있는 가족, 걷기가 힘들 땐 항상 나를 부축해 줄 수 있는 가족, 약 먹을 때 물 한 잔 떠다 줄 수 있는 가족, 그런 가족이 없다는 것은 서글플 수밖에 없다. 결국 돈 주고 사람 쓰는 일 수밖에 없지만,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뿐 결국 내 가족이 될 수는 없었다. “아파트 계약해야 하는데 보호자를 대라고 하네요.”라고 말하는 여인은 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아무도 없다고 하였다. 먼 친척이 하나 있었지만, 얼마 전 그 친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애절한 눈빛으로 자꾸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해 주어야 했다.
그러나 나 역시 잠시 있어 줄 보호자일 뿐, 그녀의 가족은 아니었다. 이럴 때 아주 먼 사돈의 팔촌 하나라도 있다면 마음이 덜 서글플 것 같다. 여우 같은 마누라가 아니라도 좋고 속 썩이는 남편이라도 이럴 땐 그가 필요하다. 애를 먹이는 자식이라도 하나 있다면 의지라도 하련만, 아무도 없다는 것이 고독하고 외롭다. 네가 있다면 큰소리라도 한 번쯤 뻥뻥 칠 기회도 있을 테지만, 너도 없고 나도 없으니 먼 허공에 대고 한숨만 쉴 뿐이다. 의지할 데 없고 마음을 둘 곳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마음을 나누어 줄 수 없고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이 세상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들은 외로울 뿐이다. 도움을 청해 보아도 이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그것도 그들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가족, 나의 마음을 나누고 나의 사랑을 나누고 나의 의지이고 기둥인 가족, 어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들에겐 가족이 없는 공허함으로 마음이 허전하다. 누가 있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며, 누가 있어 그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이렇게 살다 가는 게 편하지, 이 나이에 누구 만나서 산다는 것도 별로예요.”라고 말하는 그는 “거기다 모아 놓은 돈도 없지, 나이도 들었는데 누구 만나서 고생만 시키고 그러다 보면 또 티격태격 싸움이나 할 것이고 그래서 아예 혼자 사는 게 편해요.”라고 하였다.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불빛 한 점 없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쓸쓸할 뿐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별스러운 사람 말고는 힘든 일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공유하며 사는 삶, 그러면 슬픈 미소는 없을 것 같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