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이론적으로도 옳다. 물의 비중을 1로 볼 때 피의 비중은 1.06이고 끈적끈적한 정도인 점도도 물보다 5배나 높다. ‘피를 나누고’ ‘피로 맺고’ ‘혈통이 좋아야하고’… 피와 관련된 말이 이렇게 많은 것은 피의 중요성 때문이라 생각하며 오늘은 피가 흐르는 혈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까 한다.
피가 지나는 관을 혈관(blood vessel) 또는 핏줄이라 하며, 심장에서 나가는 핏줄을 동맥이라 하고 동맥이 가늘게 가지를 친 것을 소동맥, 그것이 더 가는 가지를 쳐서 실핏줄(모세혈관, 毛細血管)이 된다. 다시 이 실핏줄들이 모여 심장으로 올라가는 소정맥과 대정맥이 되니, 핏줄을 크게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핏대 올린다’고 할 때의 핏대는 이 혈관(대정맥)을 말하는 것으로 한사람의 핏줄을 모두 이으면 약 13만Km라는 천문학적 길이가 된다. 지구둘레가약 4만Km이니 그 핏줄로 지구를 3바퀴 넘게 감을 수 있다.
동맥은 외막, 민무늬근, 탄력섬유의 삼중막으로 되어 있는데 대동맥의 경우 지름이 2.5cm 벽의 두께가 2mm나되는 굵고 두꺼운 관으로 강한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이 탄력성이 줄고 콜레스트롤이 쌓여 관이 좁아 지면서 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혈관의 저항력이 커져서 고혈압이 된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는 자율신경이 관여하는데 교감신경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이 올라가게 하고 부교감 신경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일을 한다. 늙음을 혈관의 탄력성 저하라고도 정의하였으며, 결국 심장이 멈추는 순환계 이상으로 명이 끝나는 것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동맥이 가지를 쳐서 소동맥, 세소동맥으로 나뉘고 결국에는 실핏줄로 연결된다. 실핏줄은 얇디얇은 한 층의 세포층으로 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양분과 노폐물(부산물)의 확산이 가능하고 적혈구가 느릿느릿 비틀거리며 겨우 지나게 되므로 가스교환을 할 시간적 여유도 생기게 된다. 이 실핏줄에도 많은 가지핏줄이 있으며, 잠을 자거나 쉴 때 혈관의 일부를 닫고 필요할 때 여는 잠금장치가 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는 실핏줄의 거의 절반이 닫혀서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대뇌의 피로 회복뿐 아니라 혈관까지도 쉬게 해주는 것이다.
퍼져있던 실핏줄이 모이고 모이면 소정맥, 대정맥이 되어 심장으로 연결된다. 정맥은 탄력이 없고 혈압이 매우 낮아서 결국 혈압이 0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정맥속의 피는 밀려가는 형국이므로 정맥에는 피의 역류를 막기 위한 판막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주로 하반신에 정맥에서 피가 굳어져 혈관을 막아버리는 혈전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고인물이 썩듯이 빨리 흐르지 못하는 피도 말썽을 부린다.
만일 혈전이 뇌혈관에서 생긴다면 이것이 혈관 폐쇄성 뇌졸증(중풍)이고, 이 혈관이 터지게 되면 파열성(출혈성)뇌졸증인 것이다. 후자는 특히 고혈압인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생길 수 있는 것으로, 과로나 심리적인충격(화를 냄)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늙으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중풍인데,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여기서 하나 알아볼 것은 심장에 관상동맥이 있듯이 혈관자체에도 혈관이 분포한다는 사실이다. 즉 대동맥자체도 세포로 구성되어있고, 그 세포가 생리적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산소나 양분이 필요한 것이며, 혈관에 또 다른 혈관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를 혈관속의 혈관(vessel of vessel)이라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튼튼한 혈관은 장수를 보장한다. 혈관이 튼튼해야 오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