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중고등학생 시절때 제일 관심있던 과목이 생물이어서 대학생때도 생물관련 과목을 선택하여 많이 수강하였다. 그런데 생물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물을 바라보는 본인이 관점이 계속 좁아지는 것이었다. 현미경을 통해서 세포를 들여다보고, 그 세포를 더 작게 잘라서 다시 들여다보고, 이렇게 하면 생명체의 비밀이 풀릴 것 같았는데 오히려 내가 원하는 정답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정글속에서 헤쳐나와야 하는데 정글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있는 느낌. 미지의 정글속에서 헤쳐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내가 헤매고 있는 곳의 큰 그림을 이해해야 그 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가 아프면 그 아픈 곳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아프면 심장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위장이 아프면 위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갑상선이 아프면 갑상선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증상이 있으면 증상이 있는 곳만을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사진을 찍고, 조직 검사를 하고, 그렇게 해서 정상이 아닌 부분을 찾으면 약물로 증상을 다스리거나 수술로 제거한다. 마치 사람의 몸을 기계처럼 이해하고 고장난 부속품을 고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서양의 기본 철학이고 당연히 의학에도 깊이 내재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서양의학은 응급의학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전쟁터에서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하면서 발생한 외상을 치료하는데는 다친 곳만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했는데 그 부분에서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서양 철학의 관점에서 교육을 받고 그 틀안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답을 찾지 못하게 된다. 머리가 아파서 뇌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거나, 소화 계통에 이상이 있어서 위장 검사를 했는데 아무런 문제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병원에 다니면서 수도 없이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병원에서는 막연한 스트레스성 질한, 혹은 유전 문제, 아니면 무슨무슨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하고 약처방을 하는데 원인을 모르고 증상을 없애는 약을 먹다보니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하다 보면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결국 또다른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즉 환자의 몸을 구분하고 나눠서 진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몸 전체를 진찰하는 것, 그리고 더 시야를 넓혀서 그 환자의 병원 밖의 생활 습관까지도 살펴봄으로써 증상의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서양의학에도 전체를 보고 균형을 찾아가는 동양철학의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렇게 환자를 진료하는 의학을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 이라고 부른다.
본인이 늘상 언급하는 것이지만 병의 근원은 평소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병을 정말로 고치고 싶다면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기 전에 내 스스로의 생활 습관을 하나씩 돌이켜보는 건 어떨까? 평소에 뭘 즐겨 먹는지, 평소 자세는 어떤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죽을때까지 늘어가는 약을 헤야려야 하고 진정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