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서 건강이 보인다

‘안’의 이상은 반드시 몸 ‘밖’으로 표현된다

한의학의 4가지 진단법 중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는 망진법(보이는 것으로 몸의 상태를 미루어 진단하는 방법)이 으뜸이다. 간단하게는 상대방의 안색을 살펴 그날의 대략적인 기분이나 체력을 판단할 수도 있고, 손톱을 살펴봄으로 특정 장기의 상태를 미루어 예측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환자의 전체적인 외모와 태도를 통해 정신 상태를 관찰하기도 하며, 또 땀같은 분비물이나 배설물의 상태를 보기도 한다. 이는 우리몸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겉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전제 하의 연구를 통해 발달해온 한의학적 진단법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망진법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그 대상으로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임상 속에서 특히 자주 관찰하는 대상은 바로 혀이다. 이는 혀를 관찰하는 설진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다른 부위를 관찰하여 얻게 되는 정보보다 몇가지 뚜렷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 성별,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혀는 서로 비슷하게 생겼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하나를 뽑는다면, 설진법의 객관성이다. 혀는 인체의 다른 부분과는 달리 언제든지 우리 몸 안에 위치하고 있어 태양빛에 그을리며 색이 색이 변하거나 하지 않고, 또 나이나 인종의 차이 같은 건강 외의 요소들 역시 혀의 모양이나 색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혀의 색이나 모양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건강에 관련한 몸의 이상이 나타났을 때 뿐 이라는 원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혀를 관찰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우리 몸의 다른 부위를 관찰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풍부하고 자세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혀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 오장육부의 상태를 매우 정확하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혀의 색이나, 팽창도, 움직임, 설태의 색이나 두께 구강의 건조 여부등을 살피면 몸의 한열허실과, 진액의 유무, 또 질병의 예후까지도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한데 이는 사실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혀 모양의 기준

물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혀에 나타나는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혀의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혀는 은은한 붉은색(혹은 분홍색)에 윤기가 나고, 혀 위 표면에 흰색의 설태가 아주 얇고 고르게 분포하며 그 움직임은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벗어나는 모양이나 색은 바로 우리 몸의 이상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혀를 통해 찾을 수 있는 건강의 이상 상태,

우선 혀의 상태를 관찰할 때 제일 먼저 구분하는 것은 색이다. 혀의 색이 창백한 것은 한증, 양기의 부족함, 피의 부족함를 의미하는데, 주로 만성질환, 영양부족, 빈혈등에서 나타난다. 반대로 지나치게 붉은 색의 혀는 열증, 진액의 부족함, 허열(질병이 아닌 연약함에서 오는 열증)을 의미하며 열성 질환, 정신과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에에서 자주 관찰된다. 만약 혀에 푸른색이 돈다면 이는 어혈(혈액순환의 문제)을 의미한다.

혀의 팽창도, 즉 붓기도 중요한 진단의 기준이 된다. 일단 혀의 붓기는 일반적으로 혈액과 진액의 다소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는데, 혀가 수축되어 있다는 것은 피의 부족을 의미한다. 만약 혀의 끝이 지나치게 뾰족하다면 진액의 부족함이나 허열을 의미하는데, 불면이나 불안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만약 혀가 팽창되어 있을 경우 이는 담과 습의 존재를 의미하며, 비장과 신장의 양기 부족으로 담과 습의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혀의 가장자리에 이빨자국이 있다면 이는 기가 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화기에서 발생한 수분과 열은 설태로 표현된다. 흰색의 설태는 소화기의 습을 의미하는데, 지나치게 희고 두꺼운 설태는 몸안에 차가운 습기가 있음을 의미하고, 노란색의 두꺼운 설태는 열과 습을 의미하며, 검은색의 설태는 중증의 열과 습을 의미하는데 이런 검은 설태는 주로 말기 암환자의 혀에서 보여진다. 또 종종 검은색 설태가 반대로 심한 한증을 의미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는 구강이 건조해지지 않는다. 검은색 설태는 한열을 망라하고 병의 경과가 위중함을 주로 나타내는데, 항생제나 제산제를 장기 복용해도 검은색의 설태가 생길 수 있으니 이를 잘 구별하여야 한다. 만약 설태가 전혀 없다면 이는 피와과 양기가 부족함을 의미하는데 노인들에게서 주로 관찰된다. 또 구강안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는 몸에 한증이 도는 것을 의미하고, 지나치게 수분이 적어 입이 마르고 혀가 갈라지는 것은 열증이 심해 진액의 부족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만약 거울 속에 보이는 본인의 혀의 모양과 색이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듯이 보인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 한번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병을 키우지 않고 몸을 관리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