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를 절뚝거리며 가느다란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문을 나서는 남자의 야윈 어깨가 무척이나 무거워 보였다. 이제 겨우 60을 막 넘긴 그는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 몸으로 어느 가게에서 오랫동안 일할 때는 그래도 행복했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자꾸만 힘없이 쓰러지고 물건을 떨어뜨리고 그러면 물건이 자꾸 깨지기도 하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결국 주인이 일을 그만두라고 했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계속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다시 또 일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으로 산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그러나 쉽게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겨우 아내가 가게에서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건만, 어느 날 가게 주인이 “내일부터 우리 아들이 가게 일을 볼 거예요. 그러니 죄송하지만 그만두셨으면 합니다.”라는 주인의 말을 듣고 아내도 그만 일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게 그리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정말 답답합니다. 저라도 일을 해 보고 싶은데 제 몸이 이렇다 보니 누가 써 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어깨가 천근을 멘 사람처럼 너무 무거워 보였다. “먹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 지하 셋방에 사는데 방세를 낼 수 없습니다. 그게 더 큰 걱정이에요.”라며 내쉬는 한숨 소리가 천장까지 울린다.
이래저래 카드빚까지 밀리자 그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쌓여갔다. 그들은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가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라고 하였다. 당뇨에 혈압 그리고 풍치까지 찾아와 그의 고통은 하루의 삶도 절망스러웠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혹시 장애인 혜택과 정부 보조금이라도 탈 수 있을까 해서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커다란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혜택과 정부 보조금 혜택을 신청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후드 스탬프라도 받게 된다면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 하나쯤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밀린 방세 때문에 가시방석 같은 작은 공간에서 두 부부는 한숨으로 깊은 밤을 지새울 것이다. 아침 해가 밝게 떠 올라도 그들은 그 아침이 별로 반갑지 않았다. 몸도 성치 않은데 그 나이에 그 몸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그는 어떻게 견디며 버티어 갈 수 있을까. 그래도 아내는 일자리라도 찾아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방으로 찾아다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한숨짓는 그에게 “일단 장애인이기 때문에 혜택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소셜국으로 가서 신청하세요.”라며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 한다.
대궐 같은 집에서 진수성찬 차려 놓고 사는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저녁 한 끼 먹으며 웃을 수 있는 행복이 그들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조심스럽게 “혹시 쌀을 좀 드려도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어떤 사람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그런 것은 필요 없다.”라고 사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조심해서 물었는데 그는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희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라며 고개까지 숙인다. 우리는 쌀 두 포대와 라면을 안겨 주었지만, 그의 어깨에 가득 실린 커다란 십자가는 그저 무거울 뿐이었다. 그가 절뚝이는 발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다시 또 찾아왔다. “장애인 혜택 받게 되었어요. 그리고 후드 스탬프와 정부 보조금도 신청했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희망이 보였다. “잘 되었네요. 저희가 도와드려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아닙니다. 그래도 마음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그런데 방세는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묻자 “빨리 줘야 하는데 너무 힘드네요.”라고 하였다. 방세라고 해야 겨우 $600. 우리는 적지만 작은 기금을 안겨주었다. 그러자 그가 성치 않은 다리를 바닥에 대고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애잔한 상처가 되어 가슴을 적신다. 나 하나만을 위해 사는 것은 결코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려운 우리의 이웃을 위해 작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정말 커다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