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좌를 신고하면 오히려 IRS가 들여다보는 것 아닐까요?” 해외계좌 상담에서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한국에서 번 돈이고 미국 세금과 별 관계가 없으니, 이제 와서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2026년 9월 4일, 제4연방항소법원은 이런 생각에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해외계좌를 숨기려는 명백한 의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신고의무를 알고 있었거나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했다면 ‘고의적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IRS가 이겼고, 납세자에게 부과된 FBAR 벌금은 약 292만 달러였다. 더 무서운 점은 법원이 납세자의 속마음을 추측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행동만으로 고의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약 292만 달러의 FBAR 벌금이보여준 진짜 위험: United States of America v. Richard M. Rund, No. 24-1958
미국 시민권자인 Richard Rund는 FBAR를 전혀 몰랐던 사람도 아니었다. 2001년부터 HSBC 계좌를 신고했지만, 같은 계좌를 다른 연도에는 누락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연방소득세 신고서에는 해외계좌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No”라고 답하고 서명했다. 홍콩, 스위스, 중국건설은행 등에 12개가 넘는 개인 및 법인계좌를 보유하거나 자금을 통제했으나 2003년부터2014년에 걸쳐 이 계좌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해외 법인계좌도 Rund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자신을 95%의 beneficial owner로 두고 친구를 nominee로 내세웠지만, 실제 사업과 자금은 계속 통제했다. 스위스 UBS 계좌도 해외법인 명의였지만 자금의 실질적 통제자는 Rund였고, 법인 명의를 사용한 이유가 기록상 “미국 세금상의 이유”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Rund는 2010년부터 IRS의 Offshore Voluntary Disclosure Program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미 과거 해외계좌 누락을 해결하기 위해 IRS와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기간 중인 2013년,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던 회사 명의로 중국건설은행 계좌 두 개를 새로 개설한 후 이 계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FBAR에서 누락했다. 2014년 FBAR도 제때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 시기야말로 Rund가 신고의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조심했어야 할 때라고 보았다. 과거 누락 때문에 자진신고 절차를 밟으면서 새 계좌를 또 빠뜨린 것을 단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숨길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았다
Rund는 ADHD, 장기간의 사업소송, 암 치료와 우울감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연도에는 계좌를 신고했으므로 숨길 의도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민사 FBAR 사건의 willfulness는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음호에 계속…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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