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립니다. 어제는 그리도 별이 총총하더니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비가 내렸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입니다. 가난한 나무들이 오솔길이 모두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젖고 있습니다. 아직도 잠들어 있는 산을 깨우지 않으려고 가만가만 걷습니다. 밤새 젖었는지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나는 몸이 젖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젖어옵니다.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들이 어립니다. 그런 나를 산은 가만히 굽어보고 있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차지한 캐빈에서는 아침 공기를 데우는지 밥을 짓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스치는 장작 태우는 냄새가 가을을 태우는 것 같아 참 향기롭습니다. 지나치는 창으로 보이는 캐빈 안에는 촛불인지 랜턴 빛인지 붉은 빛은 아늑하고 오손도손 가까운 정을 나누는 것 같아 더욱 따스해 보입니다. 비에 젖은 낙엽들. 비록 시몬의 사각거리는 낙엽밟는 소리는 없을지라도 노랗고 붉은 색으로 단장한 꽃길을 밟으며 아침 안개를 헤치며 걷는 길은 참으로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놀란 한쌍의 검은 새 황망히 다른 숲속으로 날아갑니다.
전나무와 떡갈나무들이 가득한 길을 걷다가 이제 알파인 툰드라 지역으로 오르게 되니 제법 올라온듯 싶습니다. 릿지에 올라서도 고개와 계곡을 번갈아 오르내려야 하니 높이 오르지 않는다 해서 결코 녹록하지 않은 길입니다. 바위 투성이의 길에는 마땅이 표시 할 방법이 없어 오래토록 지켜온 돌무덤(cairns)이 이정표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왠만큼 고도를 높이니 나무 숲들 키너머로 산봉들이 먼저 솟아 오르고 황금빛 계곡이 내를 품고 펼쳐집니다. 홀로 산행. 그것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은 자유로움이 있어 좋습니다. 힘들면 쉬어가고 신나면 달려가고 힘에 부치면 천천히 가고 속도를 조절하니 그리 힘이 들지 않습니다. 길 주변에 있는 모든 자연물과 대화하며 가다보면 정신은 거기 가있어 몸은 자율 조종 능력으로 순항을 합니다. 그룹으로 와서 일행을 따라갈 수 있을까 염려하는 그래서 참가를 꺼리는 트레커들이 있습니다. 나는 그들을 위해 따로 B팀 혹은 C팀 까지도 따로 운영하며 부담을 없애 줍니다. 즐기자고 행복하자고 오는 트레킹 여행이 걱정과 고통으로 얼룩져서야 되겠습니까! 이 찬란한 풍광을 가슴에 품고 뇌리에 각인하여 여행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간 뒤 그 여정들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 머금고 회억해야야할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지에 올라 유장한 길을 바라봅니다. 외줄기 먼길은 계곡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으로 뻗어 있다가 다시 치고 올라옵니다. 첩첩한 산들에 가린 길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휘어지는 어디서 끝이 나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목표를 향하여 길 따라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길도 산길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 내가 가야할 인생길의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 미리 좌절하거나 섣불리 환호하는 일이 없어야 하듯 그저 나에게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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