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 진단법의 핵심은 인체의 전체적인 균형을 파악하는데 있다
현대의학이 인체를 작게 쪼개어 각각의 부분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면, 한의학은 인체의 각 부분들과 전체의 관련성을 찾아내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 미술로 치면 현대의학은 정밀화를 추구해 왔고 한의학은 풍경화를 추구해 온 셈이다. 그래서 한의학적 진단법의 핵심은 언제나 세밀한 분석보다는 신체 외부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한정된 정보들을 통합해 인체 내부 장기의 전반적인 상태 혹은 인체 전체의 균형을 파악하려는 시도에 있다.
숙련된 정비공이라면 엔진을 뜯어보지 않아도 그 이상을 알 수 있듯이…
그래서 한의사는 손목이나 목에서 느껴지는 맥의 형태와 강약을 분석하기도 하고, 얼굴의 빛깔이나 형태, 손톱의 모양 변화를 관찰하기도 하면서, 손톱이나 혈관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전체적인 어그러짐을 읽어내려 한다. 지금의 한의학적 진단법은 이러한 끊임없는 시도들의 결과물이며 그 진단의 정확성과 확장성은 꽤나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이는 마치 숙련된 정비공이라면 구동중인 차에서 들리는 여러 소음을 통해 직접 차를 분해해 보지 않고도 대부분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의 원리이다.
손톱만 살펴보아도 몸의 대략적인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손톱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대략적인 상태를 살펴보곤 했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지금까지도 널리 쓰여온 진단법 중의 하나이다. 《황체내경》에는 ‘인체의 생리 및 병리 변화는 우리 몸의기혈이 일관된 하나의 체계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인체의 손톱ㆍ발톱 끝 부분은 기혈이 출발하는 시발점이다’ 라고 기술해 놓았고, ‘동의보감’에서도 ‘수조점병(手瓜占病)’이라고 해서 손톱으로 병을 점칠 수 있다고 하여 그 원리를 서술해 놓고 있다.
손톱이나 발톱의 상태를 관찰함으로 몸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은 특히 일반인들에게 유용한데, 한의원에서 주로 쓰이는 맥진법이나 다양한 망진, 촉진, 문진법들이 상당한 수준의 숙련도를 요구하는데 비해 손톱의 모양과 색은 비교적 일반인들에게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남녀노소를 구별치 않고 ‘건강한 손톱’의 기준이 되는 모습이 다 같기에 가능한 일인데, 표면이 매끄럽고 연한 분홍빛을 띠며, 윤기와 광택이 있는 손톱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아 그 외의 이상한 색이나 모양을 분간하는 것은 굳이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몸에 어떤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언제나 한두가지로 좁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두가지의 단편적인 사실만을 근거로 초보자가 진단을 하게 되면 오진의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손톱에 나타난 모양이나 색의 이상을 발견하면 그것만으로 병을 스스로 단정짓기 보다는, 손톱의 상태를 보니 이러한 계통에 내가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지침으로 삼아 좀 더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옳은 대처법이 되겠다.
손톱의 색이 연분홍이 아니라면,
우선 손톱의 색을 볼 때는 기본적으로 연한 분홍빛이 아닌 다른 색으로 변해버렸는지 여부와, 손톱을 눌렀다가 떼었을 때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속도를 본다. 전자의 경우는 각각 해당하는 장기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후자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어혈이 있거나 어딘가의 기혈이 막혀 있는 것이라 본다. 이를테면 평소에 기가 허한 사람의 손톱색이 창백하고 구멍 난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면 간질환을 의심해야 하고, 창백하면서도 윤기가 없고 단단하지 않은 손톱이라면 신장(배뇨 및 생식기능)의 이상을, 유난히 손톱만 붉다면 심장(혈액순환계통)의 이상을 확이할 필요가 있으며, 갑자기 노랗게 되면 간이나 담의 이상을, 푸르스름하거나 검게 변할시엔 간이나 심장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식이다.
손톱에 줄무늬가 생기면…
또 모양의 변화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손톱에 검은색으로 세로 줄무늬가 생기면 심장(순환기 계통)의 이상을, 가로로 무늬가 생기면 아연부족이나 고열, 임신 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끝 부분만 얋고 하얗게 변한다면 그것은 전체적인 영양부족이 원인이 되며, 끝 부분만 까맣게 띠가 생기면 당뇨, 스푼모양으로 패이면 빈혈, 노랗게 변한다면 만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주로 노화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노인이 아닌데도 손톱의 광택이 없어지면서 색이 불투명해지고 까만 띠까지 생기는 여러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암이나 신부전증 같은 큰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할 수도 있다.
손톱이 부서지고 갈라진다면…
만약 색이나 모양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자꾸 손톱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영양상태의 결핍, 특히 비타민 A,B, 단백질의 부족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미하는데, 간혹 강한 메니큐어나 리무버의 사용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크게 걱정해야 할 경우는 아닌 경우가 많다. 손톱 뿌리 부분에 있는 반달형 무늬가 작거나 없을 경우는 전반적으로 몸이 허약해 손톱을 자라게 하는 기능까지도 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만성피로로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