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진단법(2) : 부분을 통해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한의학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개념이 한의학만의 독특한 진료법을 낳았다.

이처럼 한의사는 의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의사와는 다른 문제점을 찾아야 하기에 일반 병원과는 전혀 다른 진료 과정과 치료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진료 과정은 한의학에만 존재하는 ‘인체는 소우주’라는 독특한 개념에 의해 임상속에서 좀 더 구체화되고 체계화 되는데, 이는 인체 자체가 전체 우주의 물리 법칙을 반영하고 더 나아가 각각의 인체 부위는 우리 몸의 전체 상태를 반영한다는 한의학 전체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다.

소우주 개념을 적용한 한의사만의 독특한 진단법들

이에 근거해 한의사가 손목의 일부분만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의 전체적인 오장육부의 상태를 논하고, 혀의 색을 살펴보아 몸 전체의 한열을 이야기 하며, 손톱에 생긴 일반적이지 않은 무늬와 모양의 변화를 통해 심장의 이상을 논하는 것이 가능 해졌다.

이 소우주 개념을 통해 개발된 맥진법은 한의학적 진단법의 백미이다. 손목의 맥을 상중하로 나누어 상부의 맥은 상체의 병증을 점검하는데 사용하고, 중간과 하부의 맥을 통해서는 각각 인체의 복부와 하체의 병증을 점검하는데 인체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세계 의학사의 유래가 없는 매우 독특한 발상법이다.

또 얼굴의 특정부위를 보고 진단하는 망진법 또한 마찬가지인데, 얼굴 전체를 몸에 대응하여, 이마는 심장, 턱은 신장, 코는 비위, 좌측 뺨은 간, 우측 뺨은 폐에 각각 대응시켜 각 부위의 얼굴색이나 피부의 상태를 미루어 몸 안에 있는 장기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한다. 또 귀 만을 따로 떼어 몸 전체에 대응시킨 후 각각의 대응점을 눌러보면서 몸의 전체적인 이상을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의사가 지금 내 문제와 상관 없는 엉뚱한 곳을 살펴본다 느낄 때에도 한의사는 사실 다른 부분을 통해 지금 문제가 나타나는 그 자리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소우주 개념을 적용한 한의학만의 치료법들

 

비단 이러한 소우주 이론은 진단에서 뿐만 아니라, 한의학적인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응용 된다. 귀를 사용하는 이침 요법의 경우, 통각으로 반응하는 각각의 대응점들은 각각의 자리가 진단은 물론이고 침치료에 사용되는 경혈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경혈과 경맥은 우리 몸의 기 흐름을 읽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인체의 전체적인 균형을 자극하여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신장의 기능이 안 좋아지면 발바닥 가운데 위치한 용천혈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바로 이 용천혈은 동시에 신장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한 주 경혈로서 사용된다

프랙탈 이론과 한의학 소우주 이론의 유사성

그렇다면 현대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러한 한의학식 진단법과 치료법이 어느 정도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까?

아직은 가설단계에서 다양한 검증을 받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또 희자되고 있는 꽤 진보적인 물리 이론중의 하나인 ‘프랙탈 이론’과 한의학의 ‘소우주론’은 서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프랙탈 이론’의 핵심은 ‘부분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개념으로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우주’ 개념과 사실상 그 원리가 동일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언제나 부분은 전체를 닮는 자기 유사성과 복제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장 작은 구조의 연구를 통해서 가장 큰 구조인 전체 우주의 모습과 생성과정을 밝힐 수 도 있고, 좀 더 큰 구조물의 연구를 통해 아직까지는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구조의 원리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별-은하-은하군-은하단-우주에 구조적인 유사성이 있고, 미시적으로 보면 소립자-원자-분자-세포 소기관-세포-인체부위-인간도 크기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서로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체다.

이 프랙탈 이론이 소립자에서 우주전체 까지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라면, 그 일부분이 되는 인체와 인체의 부위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면에서 이 매우 전통적인 한의학적인 진료법들은 사실 그 근간에 이미 꽤나 타당하고 진보적인 과학적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현대의학에서도 피 한 방울을 분석해 췌장의 상태를 파악하고(당뇨), 소변을 통해 신장과 간의 상태를 분석하며, 손가락 관절의 변형을 보고 전신 면역질환의 일종인 류마티즘을 진단하는 식으로 이 ‘프랙탈 이론’을 임상에서 인정하고 적용하고 있다.

그러니 혈액의 구성요소를 분석해 오장육부의 상태를 파악하는 현대의학은 합리적이고, 피의 흐름(진맥)을 통해 오장육부의 기능을 파악하는 한의학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구조적으로 이미 큰 모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