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진단법(1) : 진짜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까?

 

나는 지금 허리가 아픈데 왜 엉뚱한 질문을 할까

처음 한의원을 방문하는 이들은, 익숙치 않은 한의원에서의 진료법에 종종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함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부분을 만지고 살펴보는가 하면, 또 별로 지금 상황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사항들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니 뭔가 이상하다.

허리가 아프다는데 손목을 짚어보며 얼굴 빛, 혀의 모양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귀나 코의 모양과 색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가 하면 심지어 대소변의 모양과 색까지도 물어본다. 대체 지금 내 허리가 아픈 것과 내 평소 대소변의 상태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의 생각과 경험이 곧 ‘합리성’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의학에 문외한 일반인으로서 기존에 경험했던 진료 경험과는 상이한 이러한 진단법들에 대해 어색함과 의아함을 느끼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본인이 이러한 방법들을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의학만의 독특한 진단과정을 비합리적이라 폄하하고 외면하는 이유로 삼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경험해 보지 못함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고 ‘독특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 보다 내가 이해할 수 없기에 ‘합리적이지 못하다’라는 판단의 근거로 삼는 이러한 태도는 조금 섣부르다 할 수 있겠다.

병든 코끼리와 정상 코끼리를 구분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이나 울을 소리를 판단하기 위해 시력이나 청력같은 감각 기관에 의존하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피 한방울’만 사용한 유전자 검사법에 의존하기도 하고 ‘배설물’의 상태를 분석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병든 코끼리를 구분해 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전적으로 구분하는 사람이 가진 지식과 목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따로 존재하는 어떤 절대적인 ‘합리성’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문제들 중 가장 커다란 문제를 찾는 현대의학과, 일련의 문제들 중 시작점을 찾는 한의학

일단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서로 매우 상이하다. 현대의학이 우리 몸을 세밀하게 나눈 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커다란 이상이 생긴 ‘부분’을 찾아 치료 계획을 세운다면, 한의학은 몸 전체를 묶어서 바라보는 과정속에서 일련의 문제들을 일으키기 시작한 그 ‘시작점‘을 찾아 치료계획을 세운다. 그러니 병명으로 보면 같은 질환이라 해도,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전혀 다른 부분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여 서로 상이한 진단법과 치료법을 사용해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 된다.

그래서 현대의학적 접근법을 통해 진단한 병명이나, 분석한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들은 사실 한의사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기에, 한의사는 한의사만의 진료법을 통해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가게 된다. 그런고로 한의학적인 치료는 반드시 한의학적인 진단법을 통해 변증한 ‘한의학적인 병명’에 근거해 행해져야만 비로서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명’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질병이지만, 한의사는 이명을 분석하기 위해 귀의 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신장의 상태를 점검하고, 귀에다 침을 놓기 보다 신장과 관련한 경혈을 찾아 침을 꽂는다. 마찬가지로 편두통이 있을 때는 머리를 살펴 보거나 치료하기 보다는 주로 간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고 간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를 한다.

문제가 무엇일까 보다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물론 각각의 질병과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질병의 치유에 더 큰 효과를 보는 치료법 또한 그때 그때 달라질 수도 있다. 같은 질병이라 해도 어쩔 때는 한의사의 접근법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때로 ‘문제가 무엇일까’란 질문보다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까’란 질문을 먼저 함으로서 좀 더 효과적인 치료법과 의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