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과 함께 널리 퍼진 각종 의학상식(?)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이나 방송같은 각종 미디어도 발달하여, 예전에는 다소 난해했던 지식과 정보들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우리의 귀를 쫑긋하게 하는 정보들 중 하나가 바로 ‘어디에 이걸 먹으면 참 좋다더라’, ‘이것만 매일 먹으면 이런 병에는 절대 안 걸린다더라’와 같은 건강과 관련한 각종 민간요법들일 것이다.
민간요법은 한의학이 아니다
어느날 방송에서 우엉차가 소개되면 순식같에 수많은 엄마들이 매일같이 우엉차를 집에서 끓이기 시작하고, 현미가 좋다하면 그날부터 전국의 식탁에는 현미가 흰 쌀밥을 대신한다. 건강에 대한 우리 어머니들의 관심과 열정은 가히 뜨겁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정확한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는 양약과는 달리 대부분의 민간요법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일단 방송에서 특정한 민간 요법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많은 이들이 일단은 비슷한 천연물(한약재)을 사용하는 전문기관인 한의원으로 문의를 해 온다. 하지만 민간요법과 한의학은 병을 바라보는 관점과 진단하는 방법에 큰 차이가 있어, 한의사로서 민간요법에 대한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왜 좋아지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민간요법
사실상 이 둘 사이에는 천연물을 사용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일단 민간요법이란 말의 정의 자체가 말 그대로 민간에서 내려오는, 병원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경험적인 치료법이란 뜻이다. 즉 치료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치료기전에 대한 해석이 검증되지는 않아 한의학으로 취급하지 않는 요법이니 그에 대한 설명을 한의사가 해 줄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원인보다는 증상의 개선에 초점이 맞혀져 있는 민간요법
또 이 외에 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의학에서는 한의학 이론에 따른 분석과 진단을 거쳐 병의 원인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사용한다면, 민간요법은 보통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처방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사실 한의학보다는 현대의학과 더 흡사하다.
그래서 많은 민간요법이 현대의학적인 병명을 기준으로 진단하고, 그 병증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화학약품이 아닌 천연물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바로 여기에 큰 모순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드름에 좋은 우엉’, ‘당뇨에 좋은 여주’, ‘고혈압에 좋은 흑마늘’과 같은 민간요법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는(현대의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사람이 동일한 민간요법(한약재)을 사용했는데 누구는 좋아지고 누구는 더 나빠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을 사칭하는 민간요법의 위험성
이와 같은 예는 수없이 많은데, 기력을 회복시키는데 있어 으뜸이며 그 수많은 유효 성분이 현대과학을 통해 수없이 증명된 인삼이나, 동물실험으로 간보호 기능이 있음이 증명되었기에 숙취에 좋은 효능이 있다는 헛개나무 열매가 좋은 예가 된다. 이러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따라 일반적으로 민간요법에서는 기력이 없고 지쳤을때는 인삼을 복용하고, 숙취에 고생하고 만성적으로 피로에 시달릴 때는 헛개나무를 복용하라 한다. 하지만 한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삼은 강렬한 열성이 있어 기력이 없더라도 몸에 열이 있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고, 헛개나무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더라도 몸에 냉한 기운이 있을때는 복용할 수 없다. 그래서 한의학적인 진단을 따르지 않고 한약재를 사용하면 오히려 증상은 악화된다. 그래서 인삼과 헛개나무 같은 천연물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의사에게 진단을 통해, 주 병증과는 별개로 몸에 열이 있는지 냉한 기운이 있는지 역시 가려야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의학적인 원리를 무시한 채, 무조건 피곤할 때는 인삼… 술을 마신 다음에는 헛개나무…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한약재를 사용하는 ‘민간요법’이지, 결코 한의학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의학을 사칭하는 민간요법’은 필연적으로 큰 부작용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