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3/9/16)- 한약과 간(2)- 한약은 간에 무리를 주는가?
저번에는 대부분의 한약재가 기본적으로는 음식과 그 근본이 같아 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과, 예외적으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특별한 한약재라 하더라도 일단 한의사에 의해 제대로 사용만 된다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이제 이 특별한 약용식물들이 원래는 간에 무리를 주지 않음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무런 걱정없이 한약재를 마음껏 복용해도 괜찮을까?
예를 들어 원래는 무해한 종자의 한약재라 하더라도, 한약재 자체가 오염되어 있는 경우는 어떠할까? 일반적으로는 무해한 ‘배추’같은 음식들도 그 재배 과정에서 지나친 농약을 사용하거나, 저질의 토양에서 배양하여 여러가지 중금속이 축적되면 위험하지 않은가? 실제로 한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대부분의 농작물이나 축산물들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되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산 한약재들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본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들의 원산지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것을 보면, 일반인들은 한약재 자체의 간 독성 보다는 이런 저질 한약재의 품질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
일단 본원은 한국에서 발생한 사상체질을 바탕으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사상체질을 근본으로 도출한 처방에 사용되는 한약재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재배되는 약재들로 구성되어 있어 원방에 충실하려는 의도로 자연스레 국산 한약재를 대부분 사용하게 된다. 물론, 개중 특별한 증상에 효과가 더 좋은 몇몇 처방은 중국의 의서에서 뽑아 사용하게 되고, 그럴 경우 마찬가지로 원방에 충실하기 위해 그러한 처방을 사용할 때는 중국에서 재배되는 한약재를 주로 사용한다. 같은 이유로 만약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셨거나, 중국의 특별한 의서를 바탕으로(한국의 동의보감 같은..) 의술을 펼치시는 분들이라면 자연스레 중국에서 수입한 한약재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처방을 구성해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꼭 중국산 한약재가 한국산 한약재보다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실재로 한약재의 원산지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한약재가 정식으로 ‘의약품’ 으로서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한약재인지 아니면 단순히 ‘식품’ 으로서의 검사기준만을 통과한 한약재인지의 여부이다.
한약재의 대부분이 동시에 음식으로 소비되는 중국이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같은 한약재가 한쪽에서는 식품으로서 기준에 맞춘 검사를 받고 시장으로 풀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의약품으로서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후 의약품으로서 한의원으로 풀린다. 이 식품으로도 풀리고 한약으로도 풀리는 한약재(예 : 도라지)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몇십배로 엄격한 검사기준과 그로 인한 가격차이다. 일반적으로 한약재로 사용되기 위해 한의원으로 납품되는 한약재의 경우 일반 농산물에 적용하는 식약청의 기준보다 수십배로 엄격한 기준의 검사를 통과하는데, 이는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나 중금속을 포함해 한약재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재의 경우라 하더라도 실은 우리가 매일 먹는 배추나 오이보다는 훨씬 안전한 수준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검사를 통과한 한약재는 더욱 더 믿고 안심할 수 있는데, 한의원은 법적으로 반드시 이 ‘의약품’으로서의 기준을 통과한 한약재만을 취급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한약을 통한 간독성으로 인해 간수치가 올라가는 경우는 대부분 정식 한의원이 아닌 건강식품점이나 시장을 통해 ‘식품’으로만 사용이 허가된 한약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으로 풀리는 한약재들은 훨씬 널널한 기준과 적은 샘플검사만을 통과하면 되므로, 아무래도 오염된 한약재들을 걸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한약은 환으로 만들거나 가루를 내어 통째로 섭취하기 보다는 중탕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오염된 한약재를 그대로 사용해 가루나 환약을 만들어 복용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오염 물질이 중금속일 경우 거의 100%가 우리몸에 흡수되게 된다. 그런데 중탕을 하게 될 경우, 한약재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탕재로 이행되는 중금속 이행률은 0.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약재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의 99.7%는 그대로 ‘한약찌꺼지’속에 남아 있게 되므로, 극단적으로 말해 오염된 한약재만을 가지고 중탕을 하여도 탕재에서는 중금속이 거의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