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테이블 셋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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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젊음

어디 갔지……?

 

의식하지 않고 누군가에 찍힌 사진속을 들여다보면 “이게 나단 말이지?”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는 요란한 방자함이 흔든다.자꾸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상함에 괜한 배추에 화풀이다.그러나 감사한 이에게 김치를 전해 드릴 마음인지라 그 손길 살포시 거두어 마음의 감사를 다시 담는다. 알알이 빼곡히 겹겹이 쌓인 배추를 굵은 소금 뿌리에 흩뿌리고 6시간,혹은 하루를 절이는 과정으로 첫단계 돌입하고,특별함으로 똘똘 뭉친 양념 전사들(우리의 전통 오방색:황색 흑색 백색 청색 적색을 이용함) 손질에 들어간다.

파프리카,양파,오이,적양배추,매운청고추,마늘,젓갈,새우젖,매실청,히말라야 소금을 각 1:1비율이라는 간단 비율을 내세우고 갈거나,채썰어 2단계를 마친다.그리고 갖은 속재료를 잘버물러 손맛 더해 섬세하게 배추에 채우는 마지막 단계를 마치기 전에 탄산수를 콸콸 부어 발효의 정수를 더해준다.이제 이처럼 눈부신 봄날에 하루만을 꼬박 실온에 숙성 시키자.그리고 색다른 맛의 리듬과 화음의 시간을 유유자적 그 뽀록뽀록 거리는 작은 들썩임의 발효 소리를 즐기면 되는것이다.다만 김치는 발효의 맛이지만 복잡 미묘한 절임의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마치 파릇하고 열정에 꼿꼿했던 우리의 청춘이 꺾임이라는 소금에 절여져 철드는 것처럼 말이다.이런들 어떠하리~저런들 어떠하리~ 제자리서 이탈된 배추잎은 내가 원하는대로 자유자재 꺾여진다.마치 사진속의 나처럼 말이다.

세월은 유구히 흘러흘러 적당히 볼은 쳐지고 꽉다문 입술엔 세월의 고집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누구든 아픈 청춘이 있으리라…하지만 어떤 작가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담담함을 나는 가차없이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라 외면하고 싶다.누군들 아프고 싶었겠는가! 그저 모든게 맞서기에는 그 청춘들은 나약했다.

누군가의 말에 꺾히고

맞설 수 없는 힘에 꺾이고

타인이 갖는 편견속에 휘두르는 칼날에 베이고, 꺾였으며

청춘보다 높은자들의 오만에 꺾이고

청춘을 지난자들이 만들어낸 변질된 울타리를 넘지 못해 꺾였다.

그.리.고.

아픈 청춘 위에 더 얹여진 “여자”라는 이름은 그 꺾임의 속도 또한 빨랐다.

 

그.러.나.

살다보니,세월이라는 덤불을 헤집고 이제껏 와보니,모로 가든 좌로 가든 옆으로 걷는 게걸음을 걸었대도 나는 지금 오늘에 있지 않은가!꺾이고 아팠으나 어쩌면 내 스스로 자초한 꺾임도 수없이 많을터 누군가가 가해진 꺾임이 아닌 내가 가해자 였을지도 모른다.어김없이 순환되어지는 계절과 함께 옷가지들, 책들을 정리하다 발견된 낡은 일기들…돌이켜보면 왜 나를 그토록 모질게 대할 수 밖에 없었는지… 내버려둬도 잘 성장할 나자신에게 긁어 부스럼 만들듯 단단한 탐욕의 망치로 매번 부서지도록 세게 내리쳤는지…나는 나에게 더없이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미안하다 다독다독 거리며 속삭인다.어쩌면 그 많던 꺾임이 있어서 낮은데로 내려와도 낮은 풀처럼 겸손을 배울 수도 있으며 따뜻한 가슴 또한 갖을 수 있지 않았을까?모든것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지만 많은 꺾임이 있었기에 나는 나대로 많이 내려놓을 수 있는 담담함도 생기지 않았을까! 산천은 유구하고 나의 젊음은 온데간데 없으나 꺾여지고 절여진 나의 단단함과 오늘은 아직도 들썩들썩 현제 진행형 숙성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