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감독은 영화 속 치열한, 그리고 참혹한 교도소의 풍경을 두고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이어 “‘교도소’ 안에도 다양한 군상들이 존재한다. 우두머리와 그의 오른팔, 브레인, 방관자, 현실주의자, 주변인 등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부류의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은 바깥세상의 질서가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더욱 참혹해지고 말도 안 되는 또 다른 사회가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영화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은 한 때 검거율 100%을 자랑하며 ‘저승사자’로 불리는 에이스였지만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 등 죄목으로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다.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 때문에 첫날부터 그곳의 제왕, 익호(한석규)의 눈에 띄게 되고 유건의 남다른 근성을 알아본 익호는 유건을 통해 보다 과감한 야욕을 드러내며 더 큰 범죄를 계획한다.
거대 기업의 탈세 혐의를 밝힐 핵심 증인의 사망, 배후를 알 수 없는 대규모 유통,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미제 담당기자의 의문사까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범죄의 ‘소멸’ 지점에서 새로운 완전 범죄가 ‘탄생’한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나 감독은 “꼭 현 시국과 맞물리리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다. 아주 비밀스러운 공간, 교도소라는 공간 자체가 영화적으로 상당히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욕구와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익호는 자기 영역을 계속 지키려는 자이고, 강소장은 그 권력에 부역하는 사람, 창길을 또 다른 영역을 차지하려는 사람이죠. 수많은 인물들이 생존을 위해 각자의 가치관을 만들고 그것에 맞게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죠. 아마 익호는 어느 시대건, 어떤 장소건 실존하고 있는 인물일 겁니다.”
감독은 영화 속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 범죄 구역으로 과감하게 탈바꿈시킨다. 밤이 되면 죄수들은 자유로이 안팎을 넘나들며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절대 제왕의 말만 잘 들으면 얼마든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가족들에게도 사람 구실을 하며 살 수도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구타하고 억압하는 교도관, 그들 몰래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 등 기존 드라마나 영화 속 교도소의 공식과도 같은 설정들은 가차 없이 깨트렸다. 영화 속 교도소는 불편하지만 왠지 통쾌함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판타지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교도소라는 한정된 배경 안에서 특별한 멋 부림이나 각종 장치 없이 긴장감 있게 끌고 가야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과감해야 했어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전부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배우 분들과 매 신마다 정말 많은 논의를 했고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두 배우 모두 연기력은 물론 작품 전체에 대한 해석이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힘들지만 매 순간이 행복했죠. 고되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밖에서 볼 땐 서로 다른 직위를 가진, 상하 관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교도소 안 에서는 파란 옷을 입는 순간 그냥 무리 중 한 명일 뿐이에요. 그렇게 되면 인간의 본능이 강렬하게 깨어나고 권력이 생성되기 시작하죠. 권력을 쥔 자는 도전과 저항을 받게 되고, 우리 영화는 그런 사회 속 순리를 날 것으로 담고 있어요. 결국은 안이나 밖이나 똑같다는 것. 여기도 사람 저기도 다 사람이 사는 곳이고 시간은 어디든 동등하게 흐른다는 거죠. 단순한 액션 범죄물을 넘어 조금은 여운을,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한석규는 이번 작품에서 생애 가장 악랄한 악역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익호는 자신만의 왕국의 독재자이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하이에나의 근성을 지녔다. ‘프리즌’의 가장 강력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
나 감독은 “한석규 선배에게는 그동안 잠깐 잠깐 보여줬던 당신의 모든 강렬함을 집대성해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셨고,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주냐며 엄살도 피셨지만 결국은 너무나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주셨다. 역시 천상 배우”라며 추켜세웠다.
“한 번은 영화를 절반도 찍지 않은 상태였는데 회식 자리에서 대뜸 한석규 선배가 질문을 던졌어요. ‘감독님, 영화 어때요? 잘 찍고 있소?’라고 물어봤었죠. 아직 3분의 1정도 밖에 찍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저도 놀랐는데, 저도 모르게 ‘부끄럽진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 이후에도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 변함이 없어요. 정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의 애정, 무엇보다 연기 욕심이 넘치는 좋은 배우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끝으로 그는 “많은 분들이 ‘시즌2’에 대한 언급을 하시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익호(한석규)를 둘러싼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 사연들을 엮어 ‘프리퀄’ 버전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정과 열정을 담아, 좋은 배우들과 함께 진심으로 만든 영화라 사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관객의 심판을 받으려니 잠도 안 오고 너무나 떨리네요. 많은 분들에게 생각과 토론의 여지를 남기는 그런 영화로 남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