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해외 금융계좌 및 자산신고에 대한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사회 내 올바른 해외계좌신고와 조세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국 등 미국이 아닌 국가에 부동산이나 은행계좌, 주식, 보험 등 금융 상품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들은 그간 서로 눈치만 보며 차일피일 보고를 미루다가 최근 뒤늦게 금융기관의 연락을 받거나 통보 용지를 들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자문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작년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프로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30)의 조세포탈 징역형이 화제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법원은 메시와 그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에 대해 각각 세 건의 탈세 혐의를 인정해 어마어마한 벌금형과 징역 21개월을 선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영국, 스위스, 우루과이, 벨리즈 등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탈세에 앞장섰던 아버지는 수사집행에 도움을 준 점이 참작되어 형이 15개월로 줄었었다. 하지만 세금 관련 범죄로 2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초범에 대해서는 형 집행이 유예되는 것이 보통인 만큼 메시와 아버지는 교도소행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willfulness)의 여부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나라를 막론하고 세금 문제에서 고의성(willfulness)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미국 세법에서 고의성이란 대놓고 탈세하겠다는 속임수를 쓰는 것보다 훨씬 약한 정도의 고의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납세자가 단순히 “신고의 의무가 있다는 법을 알았으나, 신고 안하는 쪽을 택했다 (knowledge of reporting requirements and your conscious choice not to comply)”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IRS는 납세자의 고의성을 증명할 수 있다. 막연히 감성에 호소하거나 회계사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은 먹히지 않는다.
현재 기준 금액이하인 5만불 아래로 다수의 은행에 예치해 놓은 고객이나 FATCA 미가입 금융기관이라고 선전하는 곳에 분산 입금이나 아파트나 금괘와 같이 다른 자산으로 갈아탄 것이 해외계좌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일단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는 헛된 노력이 되거나 잘못된 조언으로 오히려 고의성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재원으로 계시는 분들이나 가족들도 상담을 하러오신다. 어떤 분들은 FATCA 때문에 영주권 취득을 망설이신다고들 하신다. 이 분들은 영주권 취득이 곧 세금 보고의 기준이라고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 듯하다. 미국에 장기 거주할 경우 “세법상 미국 거주자”의 신분으로 전환되므로 미국 내 소득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소득 역시 신고 대상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시거나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신다.
언제 보고를 시작할 것인가
거꾸로 미 영주권을 이미 따신 분들 중 주 거주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고 거주하더라도 어느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다면 미국에 신고하고 세금까지 내야한다.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들이나 곧 영주권을 취득하는 분들이 꼭 그 전에 자산관리에 대해서 심도 있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단언컨대,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과거 6년 전까지 소득에 대한 수정보고를 하고 금융계좌신고를 별도로 벌금을 내면서 하게 된 분들의 전철을 밝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해외 금융계좌신고와 벌금에만 집중하고 그간의 소득의 미신고 분에 대한 부분은 간과하시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서 세금을 냈다고 미국 세금 신고의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 없이 신고만 해주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무조건 숨기기에 바쁘다. 또한 한국에서 낸 세금을 한미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일부 크레딧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소득에 대해서도 양국의 세율이 다르고, 납세자의 전체 소득이나 세율에 따라 인정비율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단기 계획 v. 장기 계획
미국에서의 신분을 취득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양국의 세법을 지켜야 할 의무 또한 생겼다는 것을 알고, 미국에서의 거주 기간 및 앞으로의 계획 등을 총괄적으로 점검하여 적절히 신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 유학 문제로 영주권을 받거나 단기간 거주하실 분들은 신고는 하되 전략적으로 방법론을 찾고, 장기간이나 영구 거주 하실 분들은 절세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 상속, 증여에 따른 세금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계획을 짜야 한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속앓이를 하며 영주권 및 시민권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시는 고객들도 있다. 이 경우, 국적포기세 외에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영주권을 포기하고 나가신 분들이 미국 거주 자녀들에게 증여할 때 본인이 세법상 미국 거주자 신분이 아니면 549만불 (2017년 기준)까지 받는 통합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아 외국인 공제 6만불만 적용되고 나머지 대상 금액은 40% 정도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내다가 미국으로 거주하셔서 나중에 사회보장연금을 받기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한국 국민연금을 해지하지 말고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납입한 국민연금 내역을 인정받을 수 있게 관리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운용되는 금융자산의 경우 미국에 따로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도 장기적으로 관리하거나 필요에 따라서 자금을 활용하는 등의 가능한 방법도 있으니 전문가를 만나서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진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더이상 관련법을 몰랐다는 주장이 먹히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지나버렸다. 은행에서 해당 통지를 받았다면 이미 손을 떠난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서둘러 세무대리인을 정하여 신고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계좌신고를 진행해 주는게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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