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 자족의 길, 그레이트 오션 워크 (8)

종주길에서 오다보면 마지막 고개를 오르면서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하며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준설된 전망대. 반대편에서도 낑낑대며 경사길을 올라야 하는 그 곳 까지 가서 시선을 내려보니 도반들이 하나둘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도착하는 이마다 일병씩 권하니 갈증에 목이 무척 말랐던지라 단숨에 들이키는 동행도 있습니다. 평생 이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게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촌평들을 남기고 기념 촬영을 합니다.

 

발아래 펼쳐놓은 바다 풍경화 속으로 우리가 들어갑니다. 다가가는 순간마다 변하는 각도마다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기며 깁슨 스텝을 밟고 내려가 백사장을 밟고 사도상들 앞에서 종주를 신고합니다. 바람이 쓸고 지나간 거칠면서도 극적인 풍광의 해변에 서서 낮시간인데도 옅은 해무에 가려진 석회암봉의 12사도상을 바라보노라면 기나긴 종주길 위에서 품었던 단상들이나 함께 나눈 우정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수천만 년 전에는 본토와 연결되었었다는 사도상들이 파도와 바람이 절벽을 뚫어 동굴이 형성되고 이 동굴을 세월이 깎아 아치를 만들었고 결국은 아치가 무너지며 45미터 높이까지 솟구친 기둥들만이 남게 되었답니다. 신이 설계하고 자연이 빚어낸 그 오랜 인고의 작업.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지만 이 기둥들은 풍파로 인해 1년에 약 2cm씩 지속적으로 침식되고있고 2018년 1월 현재 파도에 쓸려가버리고 단 8개의 기둥만이 있답니다.

 

런던 아치(London Arch)는 파도가 뚫은 천연 구멍으로 이루어 진 2개의 아치형 다리의 일부였는데 1990년 이 전에는 이 위를 걸어 바다 끝까지 나갈수 있었는데 육지에 가까운 쪽의 아치가 무너지면서 지금의 형상이 만들어졌고 그 사고로 2명의 관광객이 바다 쪽 아치위에 갖혀버린 사건이 설화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붕괴는 50미터 높이의 암봉 사도로 2005년에 무너져버렸다 합니다. 거센 바람과 광대한 바다가 해안선을 쓸어내는 모습은 종주를 마감한 우리에게는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가볍게 얼굴에 부서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바위 사이로 전해오는 대양의 표호를 들으며 종주의 기쁨을 한껏 즐깁니다. 걸음의 축복을 모르거나 하고파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탄 헬리콥터 몇대가 부조화한 풍경과 소음을 내며 어지러이 날아다니니 그제서야 정신줄을 잡아당기며 깁슨 스텝을 다시 올라옵니다.

 

마침내 종주를 마치고 아폴로 베이로 되돌아갑니다. 그동안 우리가 보행으로 지나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길마다 그 순간마다 있었던 작은 기억들이 이제 추억으로 변해버린 아쉬움에 전망대 마다 내려서 다시한번 회억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길 마다 미려한 풍경. 아찔했던 순간. 동행들과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베어있는데 아마도 어떤 길은 세월이 흐르고 나면 살다가 문득문득 그리워 지겠지요. 바람이 잦은 거친 남극해를 바라보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그 해안선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던 Great Ocean Walk가. 뭍으로 향한 바다의 그리움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면 바위가 멍이 들 정도로 부딪히고 하얀 포말로 부서져버리던 물결이 그리고 함께 했던 아름다운 도반들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