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길, 자족의 길, 그레이트 오션 워크 (4)

남극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해안절벽을 따라 나 있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기분은 정말 별유천지 비인간이 된 듯합니다. 거대한 절벽이 우뚝 솟은 바위에 부딪히는 성난 파도, 너무도 평화스러워서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푸른 만과 한 결 바람에 모래톱이 쌓여가는 아름다운 해변과 같이 해안선 절경부터 초원과 숲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오존 향기 가득한 울창한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은 곳입니다.

 

트레일은 총 여덟 구간으로 나뉘며 코스마다 각각의 볼거리와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첫 번째 구간은 아폴로 베이 그레이트 오션 방문자센터에서 엘리엇 릿지 캠프장까지로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작은 폭포들을 보며 걷습니다. 두번째 구간은 블랑킷 캠핑장 세번째는 오트웨이 캠핑장까지 이어지며 검은 왈라비와 유칼립투스 나무 숲과 또 그 잎을 먹고 사는 코알라 등 호주에서만 관찰 가능한 동식물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에어리버 캠핑장 까지로 무지개 폭포와 해안절경을 감상하고, 다섯 번째 조안나 해변에 이르면 드넓게 펼쳐진 해변의 고운 모래를 맨 발로 밟으며 붉게 지는 노을빛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에 스스로 매료됩니다. 여섯 번째는 롸이언스 덴 캠핑장과 일곱 번째 구간인 데블스 키친 캠핑장까지 바다와 인접한 해안 절벽길과 모래밭길을 번갈아 걷다가 마침내 마지막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대미를 장식하는 12사도상을 품습니다.

 

접안에 버티어 선 거대한 석회암봉 무리의 이 자연이 만든 천연조각상은 우리의 고단한 순례자들을 위해 주께서 보내주신 환영의 사도단들인 양… 덤으로 이어지는 슆렉 코스트는 80여척이라는 수많은 배들을 침몰시켜버렸는데 난파선들과 해안 풍경들이 그 치명적인 미를 반증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큰 고도의 변화도 별반 없이 순탄한 104km의 길. 우리네 습성이라면 나흘만에도 모두 쉽사리 걸을 수 있는 깜냥도 안되는 거리인데 그래도 초단시간 종주 성취가 목적이 아니라면 그저 차분히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그 자연이 주는 최대의 희열을 맛보며 걸을 일입니다.
우리도 무척이나 자제하려 했지만 결국은 5일만에 종주를 마감하고 예정했던 6일에 하루 벌은 시간을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드라이브하며 관광하는 낙이 더했지만 말입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습니다. 이 종주를 위해 내가 조금 수고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예상 도착지에 차하나를 두고 돌아와 함께 출발하려던 당초 계획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듯하여 일행들을 출발시키고 나는 도착 예정지에서 반대로 진행하여 동행들을 만나서 되돌아 오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마감하고 9인승 차량에 끼어앉고 무릎을 빌리고 짐칸에 들어가고 해서 돌아옵니다. 그래도 다들 불편하다 말없이 즐거운 농과 해맑은 웃음으로 차가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