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만성적인 편두통 때문에 벤조다이아제핀이라는 항불안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해서 본의아니게 약물 의존에 까지 이르렀던 M씨의 예를 소개해드렸는데 이번에는 진통제를 남용해서 약물 유도성 두통을 앓게된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필자가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에 뵈었던 38세의 여성 K씨는 사춘기 이후에 점차 심해지는 두통을 앓아오고 있었다. 필자에게 방문했을 때는 일주일에 두통약을 안먹는 날이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두통약을 자주 드시고 있었는데 약을 먹으면 그 때는 잠깐 괜찮다가 조금있으면 다시 두통이 와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보통사람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진통제를 많이 드셨는데 자신은 이미 이렇게 약을 많이 먹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 아무렇지도 않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약을 먹고도 탈이 나지 않느냐며 걱정하고 있다고 자신도 걱정이 되어 이젠 병원을 찾을 것이다. 문진과 진찰을 통해 필자가 얻은 결론은 ‘약물 유도성 두통’이라는 의인성 질환이었다. 약물 유도성 두통은 두통 환자가 진통제를 너무 많이 복용한 나머지 두뇌의 신경계가 통증에 지나치게 민감해져서 약물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두통이 생기게 되는 질환인데 만성 두통에 대해 예방요법을 하지 않고 단시간에 듣는다는 진통제를 남용할 경우에 생기는 대표적인 두통의 합병증이다.
치료는 점차적으로 진통제를 줄이면서 두통을 예방하는 약을 늘여가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데 다행히도 환자의 의지가 충분하여 일시적으로 심해지는 두통을 이겨낼 수 있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이런 경우 예방요법의 최신 치료라면 진통제 대신 사용하는 약들은 역시적으로 혈압약, 항간질제, 우울증 치료제 사용되었던 약들을 응용한 치료법이 사용되는데 편두통의 예방에 탁월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간혹 단순한 편두통으로 알고 있다가 필자의 진료를 받고, 목 디스크나, 거북목 증후군, 근막 동통 증후군, 목 관절염 등의 다른 질환이 두통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고 두통의 기저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받고 나서야 두통이 함께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두통이 혹시 다른 원인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두통은 전 인구의 대부분이 일생에 한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통증이 온다면 반드시 원인을 제대로 찾아서 잘 치료하는 것이 완치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