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해진다는 이유로 70세 남자 환자가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필자를 보기 수개월전 부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는 진단을 받고 파킨슨병 치료약을 복용 중에 있었다. 환자의 증상은 지난 몇개월 사이에 더욱 악화되어서 현재는 걷는 가운데 갑자기 두다리가 말을 듣지않아 잠시 서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한 경우엔 앉아있다 일어설 때 첫걸음을 띄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환자의 걸음걸이는 전형적인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형태였지만 환자가 전에 한번도 뇌촬영을 한적이 없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뇌를 침범하는 다른 질병들(Parkinson Mimics)도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먼저 뇌촬영을 시행하게 되었다. 환자의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여러 개의 작은 뇌졸중(뇌경색) 병변들이 뇌의 기저핵(basal gaglia) 부위에서 관찰되었다. 이는 환자의 파킨슨병 증상이 파킨슨병 고유의 뇌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반복된 뇌졸중에 의한 뇌손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경우 환자의 상태는 파킨슨병이 아닌 파킨슨증후군 (Parkinsonism)으로 진단해야만 한다. 파킨슨 병과 파킨슨증후군의 중요한 다른 점은 환자의 상태가 뇌졸중으로 인한 파킨슨 증후군일 경우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들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알쯔하이머 치매 (Alzheimer’s disease) 다음으로 매우 흔한 신경계의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에서 1백명당 1명 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파킨슨병은 원래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 최초로 학회에 보고한 질환이지만 이후 파킨슨 플러스(Parkinson Plus Syndrome)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파킨슨증후 관련 질환들이 보고되었다. 파킨슨병 및 파킨슨 증후군에 관한 연구는 지난 30년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보다 더 나은 치료방법의 개발과 더불어 앞으로는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위 남자 환자의 경우 “혈관성 파킨슨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앞으로도 반복적인 뇌졸중에 의한 뇌손상이 계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를 최선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점은 뇌졸중 이차예방(Secondary prevention)이라 할 수 있다. 파킨슨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파킨슨병 이외의 다양한 질환을 파킨슨 증후군이라고 하며 이를 정확히 감별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