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파킨슨병의 정의, 임상적 특징, 유병률, 그리고 진단에 대해 살펴보았고, 이번 칼럼에서는 파킨슨병의 한의학적 접근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파킨슨병에 대한 호화로운 약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약 40%가 다른 대체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치료약물이 속속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환자 개인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한방치료의 가능성 내지는 표준치료(양방치료)와의 병행요법을 통하여 환자 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선 한방치료의 가능성과 목표가 무엇일까요? 첫째, 파킨슨병은 불치의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입니다. 그러므로 장기간에 걸쳐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증상에 대한 한방치료의 틈이 있습니다. 둘째, 파킨슨병은 진행속도와 진행에 대한 최종 결과가 개인에 따라 심합니다. 표준치료에 대한 각 개인의 반응도 차이를 한방치료로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파킨슨병 약을 오래 쓰면 약 50% 정도에서 약에 대한 반응이 변하여 약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짧아지기도 하며, 이상운동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표준치료 약물을 평생 복용하여야 되므로 환자 개인에게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조건이지만, 예상되는 혹은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한방치료와의 병용요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표준치료와의 병용요법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첫째, 각 개인의 적절한 진단기준에 맞추어 한방 처방을 고려하여야 됩니다. 여기에는 침 뿐만 아니라, 꾸준히 복용할 필요가 있는 한약도 포함합니다. 둘째, 파킨슨병의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치료 및 관리를 해야 하므로, 한약을 장복해야 하는데, 탕약이 부담된다면 환제나 산제, 가루약 등도 처방 가능합니다. 셋째, 한약물반응의 메카니즘에서 이해될 수 있어야 환자 분에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고대 한의학 문헌 <금궤요략>에서는 본 질환과 가장 유사한 질환의 기재로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은 되지만 뒤로 물러서는 것은 안되며 몸이 떨리고 상하지가 경직한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증치준승>이라는 문헌에서도 떨림증을 “진전”이라고 표현을 하고 정리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도 고대에 파킨슨병을 인식한 바 있으며 진단, 치료내용도 나와있어 한의사로서는 충분히 참고해서 응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의학적 병태를 살펴보겠습니다. 파킨슨병은 변성질환으로서 만성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의학에서도 이렇게 변화하는 증상과 증후에 유의하여 치료를 해야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보고들과 필자가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파킨슨병 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임상경험을 중심으로 하여 정리하면 크게 4가지 전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데, 각 단계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 분에게 맞춤형 침 치료 및 한약 처방을 투여한다면 보다 더 환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파킨슨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앓게 되는 만성질환입니다. 시간을 갖고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시며 한의학 치료를 적극 병행한다면 장기전에서 쓰러지지 않고 힘차게 버티실 수 있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