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을 보는 한-미 시각 차이 (2)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채무자에게 변제의 의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채무자는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채무자에게는 옵션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사회는 더더욱 채무자에게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사회는 오랜 유교의 전통 하에, 또한 지주 위주의 제도 하에서 가진 자를 보호할 뿐 가지지 못한 자, 사회적 약자에게는 관대하지 않았고, 21세기에 들어서서도 그러한 부조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은 예전보다는 채무자에게 관대해졌다고 할 수 있겠으나, 여전히 파산자에게는 무거운 족쇄를 채우며, 재기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파산법은 다음의 두 가지 면에서 크게 비교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자동중지
미국 법에서는 파산신청자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그 날부터 ‘자동중지’라는 법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전화, 편지, 소송 등의 방법을 동원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변제 요구하는 모든 행위가 법으로 금지됩니다. 채무자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채권자의 독촉행위 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하루가 멀다 하고 날라오는 독촉장, 법원으로 출두하라고 요구하는 소환장 등은 채무자를 무척 난감하게 하는, 또 위축시키는 행위입니다.
미국의 파산보호 신청자는 신청서를 제출하는 그날부터 변제 요구자에 대해 더이상 변제 요구를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며, 이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채권자에게는 법정모독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자동중지’란 없습니다. 채무자가 파산보호 신청을 해도 채권자는 지속적인 변제요구를 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면책선고가 나는 날까지 채권자에게 계속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채권자는 별도의 법원 명령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독촉을 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조차 채권자에게 해명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파산신청자를 보호하기에는 무척 열악한 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자격제한
미국법의 경우 파산보호 신청자가 파산신청을 하고 나서 사회활동을 하는데 있어 그 어떠한 제약이나 제한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파산신청을 이유로 해고를 한다거나, 계약을 파기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하여 한국법의 경우 파산보호 신청자에게 많은 제약과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파산보호 신청자는 공법상, 사법상, 상법상 다음과 같은 자격과 지위를 가질 수 없습니다. 공무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업자, 사립학교 교원, 건축사(이상은 사법상 제약). 후견인, 친족회원, 유언집행자, 수탁자(공법상 제약). 주식회사/유한회사의 이사(상법상 제약). 아울러 파산신청은 채무자가 속해 있는 합명회사 또는 합자회사에서의 퇴사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하듯, 파산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법과 정서는 많이 다르며, 그러하기에 파산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는 단 한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2, 제3의 기회도 주어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또 다른 도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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