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을 보는 한-미 시각 차이 (1)

 질문 :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지났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대로‘잘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당한 재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빠진 독에 물 새듯이 지난 십여 년 동안 그렇게 재산이 흘러, 흘러서 없어졌습니다. 몇 년 전에는 사업체를 하나 인수해 운영해 보았습니다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급기야 가진 전 재산을 탕진하고, 빚만 잔뜩 지고 말았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세상 물정을 모르고, 너무 순진하게만 생각했던 제 자신의 탓입니다. 이제는 옛날의 재산은 고사하고, 빚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파산을 하고 싶습니다만 너무 두렵습니다. 주위의 눈도 그렇고, 나 자신도 너무 비참해지는 것 같아 차마 선뜻 파산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 답변 : 한국인이 보는 파산과 미국인이 보는 파산은 그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역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우선 정서적인 차이를 보겠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빚은 꼭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미국인의 정서에는 빚은 하나의 도구일 뿐, 빚에 의해 자유가 구속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파산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에는 이제까지 45명의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45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총 45명의 대통령 중 4명의 대통령이 개인파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링컨, 제퍼슨, 그랜트, 맥킨리 등의 역대 대통령은 모두 파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파산을 한적이 있습니다. 파산을 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대통령만 파산을 통해 재기를 꿈꾸어 온 것은 아닙니다. 많은 미국의 사업가들도 역시 파산을 통해 구제 받고, 재기의 발판을 다져 왔습니다. 포드 자동차의 창립자 헨리 포드, 디즈니월드의 주인공 월트 디즈니, 하인즈 케찹의 주역 헨리 하인즈, 허쉬 초콜릿으로 유명한 밀튼 허쉬 등의 사업가들은 모두 사업에 실패하고 많은 빚을 진 적이 있으며, 그들은 한결같이 파산을 통하여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파산법은 자본주의 사회가 운영되는데 필수적인 모험과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미국의 헌법은 1787년에 채택되었고, 파산법은 1800년에 제정 되었습니다. 그러하기에 파산법은 헌법만큼이나 오래된 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파산법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국이 가능하였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파산에 관한 한국인의 정서는 많이 다릅니다. 미국은 파산을 한 자에게 관용을 베풀었으며,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러하였기에 파산한 사람들이 대통령도 되고, 세계적인 기업가로서의 변신도 가능하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한국은 파산자를 ‘낙오자’, ‘실패자’, ‘신용불량자’, ‘무책임자’ 등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매장하였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파산자를 ‘죄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파산을 하느니 내가 죽고 말겠다”라고 하는 말까지 있을까요. 실제로 최근 죽음을 택한 여러 유명인도 역시 빚에 시달리다가 죽었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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