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법은 자살방지법

 질문 : 자동중지란 무엇인가?

 

 

 답변 : 채무자는 괴롭다. 돈 달라고 전화 오고, 편지 날라 오고. 툭하면 소송 건다고 겁을 준다. 때로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모든 법적인 수단을 통하여서 빚을 받아 내겠다” 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법원으로 나오라는 소환장이 날라 오기도 하고, 모기지의 경우에는 포클로져 (차압)를 하겠다는 편지가 날라오기도 한다. 자동차의 경우 페이멘트가 3개월 정도 늦어지면, 거의 자동적으로 리포제션(압류)이 들어 온다. 빚독촉이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가 오고, 우체통은 추심사의 편지로 가득찬다. 언제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고, 차는 언제 끌고 갈지 몰라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채무자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내일에 대한 꿈을 꾸기보다는 전화소리, 편지 봉투 노이로제에 걸려 잠을 못 이룬다. 과연, 채무자는 어떠한 권리도 없고 희망도 없는 것인가.

 

빚을 진 것은 사실이다. 나의 것이 아닌 남의 돈을 사용하였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한 것도 사실이다. 빚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하였지만 빚은 늘어만 갈뿐, 줄어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개개인의 상황은 다르다. 채무자가 빚을 지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다. 혹자는 과소비로 인하여, 혹자는 병이 들어서, 실직을 하여서, 사업이 망하여서, 또는 사기를 당하여서 등등. 하지만, 빚을 지고 나서 겪는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우선은 어떻게든 갚아 보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이제는 이자조차 갚아 나가지 못한다. 빚에 허덕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린다.

 

채무는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멍에다. 마음과 몸을 구속하는 멍에다. 채무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그러하기에, 채무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죽어버리면 이러한 멍에를 벗어 버리고 자유를 얻지 않을까” 하고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본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빚에 시달린 사람이 죽음을 택하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의 유명 여배우가 빚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하였다는 비보를 접한적 있다. 국가적인 손실이요, 그분의 가족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비극이었다.
새삼스럽게 고인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빚을 많이 지고 있어도 또 그 빚의 많은 부분이 사채라고 하여도 파산법을 통하여서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산보호를 통해 채무자는 대부분의 모든 빚을 탕감받고 새로운 출발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파산신청을 하면 자동중지 (오토매틱스테이) 라고 하는 법이 발효된다.

 

자동중지는 채무자를 힘들게 하였던 모든 독촉 행위와 추심 활동을 자동적으로 금지하는 법적 장치이다. 파산신청을 하면, 신청이 들어가는 그 날부터 전화, 편지, 민사소송등의 모든 빚을 받아내기 위한 행위가 금지 된다. 물론 포클로져(차압), 리포제션(자동차압류), 가니쉬멘트(월급압류) 등의 행위도 모두 금지된다. 자동중지는 빚에 시달리는 채무자가 우선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일정 기간의 자동보호를 통해 채무자의 재산을 법정 관리하에서 순조로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궁지에 몰린 채무자를 위하여, 미국은 파산법을 제정하였으며. 파산법하의 자동중지 조항을 통하여서 채무자는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할수 있다. 채무자도 인간이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존재라고 미국법은 말한다. 최소한 채무자에게 있어서, 미국은 한국보다 많은 권리를 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분께서 미국에 계셨다면 아마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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