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사제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반복을 하자면 필자의 주사 시술에서 쓰는 주사제는 치료제이다. 비록 나중에 해당 통증성 질환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치료제를 적절히 잘 썼어도 때로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원인이 되는 요인을 없애는 것(예를 들어서 골프를 하다가 허리를 다쳤으면 골프를 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과체중으로 무릎의 통증이 왔다가 체중을 줄이는 것이 될 것이다.) 과 더불어 물리치료 혹은 치료적 운동이다. 필자가 이미 다른 칼럼을 빌어서 물리치료와 치료적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번 강조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쨌거나 통증성 질환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과 통증성 질환 자체에 대한 치료는 병행하는 것이 더 좋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필자의 주사 시술로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즉, 주사도 약도 치료제로 쓰지만 다 치료가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치료 후에 큰 효과를 못보아도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사람까지 하면 확률상 대부분은 좋아진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100명을 치료해보면 70명 정도는 완치가 되고, 25명 정도는 일부 호전이 있으나 증상이 좀 남고, 나머지 5명 정도는 끝끝내 치료 효과를 못 보거나 치료 효과가 너무 짧게 지속되어 더 이상 주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로 생각된다. 필자도 100명이면 100명이 모두 좋아지기를 바라지만 필자도 못 고치는 병은 못 고친다.
하지만 필자가 완치를 못시키는 환자라 할지라도 본인의 의지가 굳고, 의사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물리치료로, 일부는 약으로, 일부는 수술로, 일부는 그냥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낫기도 하고 또 일부는 그냥 매일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살기도 한다.
통증 때문에 매일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면 만성 통증성 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면 불쌍하고 절망적인 삶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통증 치료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덜 고통을 느끼면서 더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면서 살고 있다. 즉, 치료적인 주사나 약물 치료로 완치라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해도 삶의 질을 높이고 통증을 조절할 또 다른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그게 필자와 같은 통증 치료 전문의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어쨌거나 주사시술이나 약으로 모든 통증 질환이 다 치료되지는 않더라도 치료제는 치료제이고 재발을 할 때 하더라도 일단 치료는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완치가 안되는 경우 조차도 희망을 버리지말고 삶의 질을 높이는 통증의 전문적인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