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의 P씨가 목과 팔의 통증을 주소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필자에게 오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디스크성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로 진단받아서 오는 경우가 꽤 많기는 하지만 P씨의 경우는 누가봐도 명백한 디스크로 인한 신경근의 압박이 현재의 통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의심되었고 그가 가져온 CD에 담겨있는 MRI 사진들을 검토한 결과 제 5번과 6번, 그리고 6번과 7번 사이의 경추에 위치한 디스크가 터져나오면서 좌측 두 개의 신경근을 압박하여 왼팔과 왼손이 저리는 증상을 초래하고 있었다. 진단은 어렵지 않았는데 이제 치료를 할 차례이다. 지금까지 치료의 이력을 물어본 결과 일차진료의에게 진통제를 처방받았었는데 효과가 없었고, 신경외과의사에게 의뢰되어 상태를 점검받기는 했는데 수술 이전에 일반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해서 바로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통증 전문의에게 다시 의뢰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되면 아마도 이젠 비수술적 치료는 할만큼 했으니 수술을 할 때가 온 것 같다라고 해야 정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증성 질환에서 수술은 항상 문제의 해결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자는 P씨가 정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를 느꼈다. 수술로 완치가 되지 못하는 질환도 다 있는가 하고 의문을 품을 독자들이 계시다면 필자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유방암이 있으면 아무리 작아도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프지 않다고 방치하면 나중에 큰 화를 부르게 된다. 우리가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는 맹장염(충수돌기염) 조차도 수술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복막염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렇듯 수술은 많은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통증성 질환에 있어서는 수술이 반드시 해결사가 아니다. 요통을 예를 들면 허리에서 척추 디스크가 튀어나와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 수술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해도 나중에는 디스크가 다시 튀어나와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따라서 디스크는 두고 척추 뼈의 일부를 제거하여 신경근의 압박을 해소하는 식으로 수술하더라도 이 때 척추의 안정성을 위하여 척추를 고정하게 되는데 일부의 척추분절이 고정되면 일상 생활을 위하여 수술 부위의 상단과 하단의 관절을 더 많이 쓰게 되어 또 다른 병을 부를 수 있다. 만약 무릎에 관절염이 진행하여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경우조차 수술 후에 복잡한 이유로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수술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공관절이 나중에 마모되어 재수술과 재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통증에 대한 척추나 팔다리의 수술은 암 수술이나 맹장 수술과는 여러모로 다른 종류의 수술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척추나 인공관절 수술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매우 곤란하다. 환자들 중에는 이런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수술적 치료가 불충분하게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는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지 수술에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수술 없이도 환자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성 질환에 있어서는 수술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