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의 M씨는 걷기만 하면 참을 수 없게 아파지는 양 다리의 통증을 주소로 필자를 방문했다. 몇 년 전부터 그런 증상이 조금씩 있었는데 최근 6개월간 급격히 더 나빠지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미 주치의 선생님께 진통제를 비롯한 몇 가지 약을 처방 받아서 먹어 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고 물리치료도 받았는데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해서 아픈 부위는 엉덩이 부분과 종아리 부분이었는데 진찰을 해보니 특이 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환자의 병력 자체가 척추관 협착증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었기에 요추 자기공명 영상촬영(MRI)를 처방했다. 며칠 후에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필자가 우려하던대로 척추관 협착증이 있었는데, 특히 4번과 5번 요추 사이에서 매우 심하게 나왔다. 하지만 전에 진찰했던 대로 딱히 신경학적 합병증이 없었던지라 수술이 급한 상태여서 기존의 약물 치료와 물리치료에 더해서 주사치료를 병행하기로 하고 주사치료를 시행하여 통증이 매우 많이 좋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M씨의 사모님도 똑같은 증상이 있다면서 다음 진료에 모시고 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진찰을 해보니 비록 겉보기에는 비슷한 증상처럼 보였지만 척추관 협착증이 아니 고관절의 관절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었다. 척추관 협착증이나 고관절의 관절염이나 다 엉덩이가 아프고 걷기가 힘들게 되는 병이긴 하지만 병리학적으로는 매우 다른 별개의 병이다. 특히 M씨의 사모님의 경우는 아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한번도 해보지 않으셨기 때문에 일단 이런 치료를 해보면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치료를 해보자고 하고 보내드렸는데 사모님의 표정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구를 대놓고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필자도 다음에 만나기로만 했는데 나중에 M씨가 돌아오셔서 망설이는 듯 말을 꺼내셨다. 사모님은 필자에게 진료를 받을 때 자기공명 영상촬영(MRI)도 좀 찍고, 주사도 맞고 하려고 오셨는데 결국 약하고 물리치료만 처방했다고 불만이 생기셨으니 다음에 데리고 오면 꼭 좀 검사도 시켜주고 주사도 놔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필자는 번거로우실까봐 지금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닌 것 같아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만으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처방했는데 환자는 사실은 검사가 받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두 분이 다 증상도 비슷했는데 한 분은 MRI를 찍게 하고 한 분은 그냥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으니 필자의 의견에 신뢰가 별로 가지 않으셨나 하는 짐작이 들었다.
어쨌든 진료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칼럼을 통해 검사에 대해 잠깐 설명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