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치료를 받아서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면서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가끔씩 있다.
그래서 어떠한 부작용을 느끼게 되었는지 자세히 여쭤보면, 기존에 있던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원래는 전혀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겼다 하시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딱히 어디가 편찮은 것은 아니지만 자꾸만 침만 맞으면 지치고 피곤해 진다고도 하시는 등 참으로 반응도 각양 각생이다.
이런 증상들의 대부분은 사실 침에 대한 부작용이 아니라 침 치료시 자연스레 나타나는 ‘침훈현상’이나 ‘명현현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왜 치료하는 중에 이러한 원치 않는 현상을 겪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으므로,
이번 시간에는 대체 왜 침을 맞을 때 이런 현상들이 생기며 이 중에서 어떤 증상들이 자연스런 침 반응이고
어떤 증상들이 부작용인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끔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본래 침이란 것은 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우리 몸에 인위적인 생리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침을 맞으면 우리 몸에서는 단순히 바늘에 찔렸을 때 이상의 다른 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상태와 침을 놓는 술자의 수기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이러한 작용들이 꽤나 극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반응들의 유형과 원인을 찬찬히 살펴보면 침훈현상/명현현상/부작용의 구분이 가능하다.
우선 침 치료는 한약과는 달리 환자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는 기운 만을 이용해 치료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이 때는 환자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정기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진다.
만약, 치료받는 환자의 기혈이 너무 부족할 경우 침을 통해 야기된 생리 변화가 환자에게 버겁게 느껴지는데,
이때 사람들은 어지럼증, 메슥거림, 울렁거임, 힘이 빠지는 증상, 식은땀, 여기저기 이유 없이 나타나는 몸살같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러한 증상들이 흔히 말하는 ‘침훈현상’이며 꼭 그 증상이 몸살과도 비슷하다 하여, ‘침몸살’이라고도 한다.
이는 단순히 환자의 기력이 약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침 치료 사이의 주기를
늘려 중간 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이나 한약을 통해 부족한 기력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된다.
즉, 침훈 현상은 ‘부작용’이 아니기에,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의 완급을 조절하거나 부족한 기혈을 보충해 주면 된다.
다만, 한가지 생각할 것은 침훈 현상이란 환자 자신이 평소 어느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거나,
침 치료 당일에 특별히 컨디션의 난조가 없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란 것이다.
그러니 침훈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만, 매번 침을 맞을 때 마다 침훈 현상이 나타난다면
한의사와 상의하여 컨디션을 조절할 필요는 있겠다.반면 침훈과는 약간 다른 명현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명현현상이란 증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통증이나 불편함이 악화되는 경우를 일컫는데,
‘침 부작용’과 구분하기가 좀 에매한 부분이 있다. 명현현상은 사실 침치료 자체는 제대로 들어갔지만,
치료효과가 너무 급격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막혀 있던 기혈이 갑자기 통하고 그 흐름이 갑작스레 회복되면
오히려 막혀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불편함, 심지어는 통증에 가까운 느낌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이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있다 갑자기 움직일 때 일시에 막혀있던 혈액의 흐름이 열리면,
오히려 다리 쪽에서 저림 증상과 통증이 느껴지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인체의 급격한 변화는 궁극에는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 해도 일시적으로는 많이 불편할 수가 있는데,
이렇게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의 악화가 바로 명현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침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명현현상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침훈이나 명현현상이 나타날 때는 치료의 방향은 걱정하지 않은채 환자의 필요에 따라 완급만 조절하면 되겠지만,
만약 부작용이라면 치료의 방향을 처음부터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에는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자연스런 순작용의 과정인지, 부작용인지를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침훈이나 명현현상같은 경우는 침을 맞은 당일이나 초반 몇일이 가장 힘들며,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침반응 증상이 가벼워지는데,
이때 기존의 병증도 같이 호전된다. 반면 부작용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침반응 증상이
악화되는데 침반응 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기존의 병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환자로서는 이러한 변화를 시술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침을 맞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들이
침훈현상인지, 명현현상인지, 부작용인지 판단하는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