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다가오자 사람들의 발길이 바쁘다. 칠면조가 수난을 겪는 그런 날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 보면 즐거운 명절인 듯 싶지만, 수많은 칠면조가 생명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엾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어찌하랴! 그렇게 살아온 세월, 다시 또 각 가정의 식탁 위엔 오븐에서 뜨겁게 구워진 칠면조가 사람들의 배를 채워 주려고 누워 있을 터이니. 말이 좋아 추수감사절이지 아직 칠면조를 선호하는 우리 한인을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래도 우리 한국인들에겐 칠면조보단 예쁘게 빚은 송편이 오히려 더 정감있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추수감사절을 맞는다는 것은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뜻도 깊이 새겨져 있다. 추수감사절이 지나면서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으로 어느덧 구세군이 흔드는 종소리가 귀에 들린다. 올해도 많은 기금이 모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사랑이 전달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따뜻한 미소를 머물고 누군가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라면과 김치를 가지고 왔어요.”라고 하였다. 뜻밖에 맞이한 라면과 김치, 정성스럽게 담근 김치와 라면을 하나 가득 내려놓는 그분은 추수감사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라고 마련했다고 하였다. 더구나 김치는 우리 한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식탁의 대들보이다. 손수 김치를 담아 봉지 속에 가득하게 담겨 있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귀한 보물이다.
추운 겨울이 걱정인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리고 홀로 살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김치와 라면을 나누어 주는 우리의 마음도 마냥 행복하고 기쁘다.
온두라스에서 왔다는 어느 청년이 라면을 바라보는 그에게 “라면 좋아하세요?”라고 묻자 그의 대답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좋아합니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 청년에게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나는 온두라스에서 온 사람인데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가난합니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에게 라면을 두 상자를 안겨 주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절까지 하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껴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명절이 기쁜 날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명절도 그다지 기쁜 명절은 아닌 것 같다. “추수감사절이고 뭐고 알게 뭐예요. 빨리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더 급한 일이예요.”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말 속엔 한이 맺혀있는 듯하다.
부자들은 “어떤 것을 먹을까? 어떤 멋진 일을 할까?”를 고민하지만, 없는 사람은 “오늘은 먹을 게 어디 있을까?”를 고민한다. 굶주린 사람에겐 한 끼의 식사가 대단한 기쁨이지만, 부자들은 한 끼의 식사를 걸러도 그다지 배고픈 줄 모른다. 부자들은 라면은 좋은 식사 거리가 못 된다며 거절하지만, 없는 사람에겐 라면 하나가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라면엔 김치가 아주 적격입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누군가에게 “김치와 라면은 주님께서 보내 주신 것이니 감사는 주님께 하세요.”라고 하자 “이젠 주님께서 라면도 보내주시고 김치도 보내주시나 봅니다.”라며 껄껄 웃는다. 그래 그렇게 웃어라! 웃을 수 있는 그 순간도 쉽게 오지 않으니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며 그렇게 웃어라! 라고 중얼거린다. 생각하지도 못한 김치와 라면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미소를 흘린다.
우리는 맛있게 구워진 칠면조 고기를 먹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기에 올해의 추수감사절은 무엇보다 더 값진 끈끈한 정과 따끈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누가 있어 그들을 보살피며 껴안을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하지 마라, 알게 모르게 우리 주위엔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있기에 아무리 추운 겨울이 온다 해도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다. 김치와 라면을 후원해 주신 분께 여러분을 대신하여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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