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인사회의 최고의 의학 전문가는 의사가 아니다. 최고의 경제 전문가는 경제학자가 아니다. 최고의 진학 전문가도 진학교사가 아니다. “아는 사람”이 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지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는 사람”은 늘 최고의 건강을 유지하고, 언제나 최상의 투자로 최대이익을 올리며, 자식들은 항상 최고의 대학에 진학 시킨다. 물론 학원 같은 곳은 보내지도 않고 학교수업에만 충실한 결과라고 한다. 최고급 자동차와 명품 사치품들도 대박 세일의 가격으로 손 쉽게 구입한다. 가끔식 로또 일등에 당첨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종종 걸려오는 문의 전화는 “제가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요,,, “로 시작한다. 다른 전문직종은 몰라도, 주택융자.부동산 부분에서는 “아는 사람”이 잘 못된 정보를 많이 유포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뱅크오브 아메리카에 근무할때 일이다. “아는 사람”이 낮은 이자율로, 수수료 없이 집값보다 더 많은 액수를 뱅크오브 아메리카에서 융자 받았다고 어느 손님이 전화가 왔다. 내가 아무리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고 해도, “제가 아는 사람이 틀림없이 했다는데요!”라고 항의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물었다. “그 아시는 분이 주택융자 전문가 이신가요?” “아니요” “그럼 그 분이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근무하시는가요?” “아니요” “그럼, 손님께서는 뱅크오브 아메리카 주택융자 사업부 부사장이 아니라고 해도 안 믿으시나요?” “그래도 했다는데…” 하면서 끝까지 “아는 사람”의 신용을 저버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또 다른 뱅크오브 아메리카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아는 사람”이라는 현상은, 인간이 나쁜 소식이나 비관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심리에서 생긴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아는 사람”은 가능했기에 때문에,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이라고나 할까. 때로는 현실을 빨리 직시하고 대응하는것이 현명할테지만, 나약한 인간이기에 “아는 사람”의 소문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직설적이고 차가운 말이겠지만,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소시민들이 만든 허상일 뿐이다. 전문가들도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야 겨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현대사회에서, 전문적인 교육이나 훈련도 없이 전문가의 견해를 제공하는 “아는 사람”은 제발 사라져도 괜찮은 분들이다. 전문가들이 “아는 사람”들과 전문지식의 옳고 그름을 주장해야하는 우리의 커뮤니티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주택시장은 편견이 현실일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우기면, 옳다고 믿겨지는 경우도 많다. “얼마나 확신이 있으면 저렇게 큰소리로 주장할까?” 조카가 유치원에 다닐때, 하루는 유치원에서 어느 아이가 흙을 먹고 죽었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우스워서 “정말로 오늘 유치원에서 흙먹고 죽었어?” 라고 했더니,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취급했다고, 울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시켜줬지만… 사실을 편견과 싸우기는 5살이든지, 50살 이든지 쉽지가 않다.
오늘도 전화가 왔다. “제가 아는 사람 말로는 요즘은 다운페이 없고, 크래딧 나빠도, 셀러가 돈까지 주면서 집을 살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 “아는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