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라면 단연 피츠로이 산군을 꼽는데 때 묻지 않은 야생과 산세가 특이하게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첨봉들을 가지고 있어 지금은 사실상 파타고니아 등산의 메카로 자리하며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와 쌍벽을 이루는 곳입니다.
팜파스 평원이 품은 아름다운 산골마을 엘찬톤에서 시작과 마감을 하는 피츠로이 산군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쎄로또레(3102m)와 피츠로이 산(3405m)을 연결하여 하루를 야영하며 걷는 천상의 길입니다. 높이로만 본다면 하잘것 없어 세계 최고봉에 명함도 못내밀겠지만 이 두산정은 송곳처럼 솟아올라 거의 직벽에 가까운지라 등반이 매우 어려운 산으로 알려져 있어 미답의 산정을 오르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등산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쎄로또레는 남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설봉 장관을 이루는 산 가운데 하나로서 피츠로이 서쪽에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세로 토레는 슬픈 등산의 역사를 품고 있는데 물론 논쟁의 여지없이 인정받는 첫 등정은 1974년 페라리외 3인이 주축이 된 이탈리아 등반대에 의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내노라 하는 수많은 등반가들이 도전 하였지만 쎄로또레는 아직도 그 정상을 쉽게 허락 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 1950년도 두명의 등반가들이 초등에 성공하였으나 이 일정의 등반일지와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그가 추락사하며 급류에 휘말려 완등을 입증할 길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 시절 그토록 열악한 장비와 정보로 해낸 쾌거가 거룩하기만 한데 인증을 받지 못했으니 오죽 한스러울까? 그래서 그를 추종하는 후배들이 그 카메라를 찾으려고 그 이후로 중단없이 이 산을 오르고 있다합니다. 그리고 그 주변 고봉들은 또레를 오른 등반가들의 우리들로서는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힘든 이름들이 붙여졌다 합니다.
원시의 생동력이 넘치는 파타고니아. 이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명산, 세로 토레를 보기 위하여 비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수도 없이 다녀 숫제 깊게 파여 물길이 되어버린 황톳길을 쳐올리며 시작점에 표시된 숫자를 기억합니다. 1 km마다 이런 거리 표시를 해두 었는데 10km를 오르면 그 까다롭게 구는 세로 토레의 위용을 호수에 비춰볼수 있답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언덕길을 치고 오르며 너절한 고개길을 넘으니 펼쳐지는 풍경 하나. 키작은 고목들이 그 장구한 세월 만큼이나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켜켜이 쌓인 이끼류의 풀들을 휘두르고 바람에 섰고 아직은 여름날의 들꽃들이 지천으로 흐드러져 있고 멀리 암산 골마다 따라 흐르는 폭포는 한마리 거대 용이 승천하는 기세. 선경을 만납니다.
계곡마다 가볍게 안개가 드리우고 산정 주변에는 구름을 휘둘러 있으니 우리는 몽유도원도의 산수화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듯 합니다. 바로 나타난 전망대에 서서 한동안 잔잔한 신음소리를 내며 그외에 이을수 있는 표현이 부족하여 내 어휘력의 한계를 실감합니다.
(다음주에 계속…)